한·일의련의 합동총회가 채택한 공동성명은 전 위안부의 명예회복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조치를 조속히 취한다, '코노(河野)담화', '무라야마(村山)담화'의 정신에 적합한 행동을 취한다, 등 지금까지와 달리 한발 내딛은 것이긴 하지만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시켰다 하여 기소된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산케이 문제 다루지 않고

성명의 원안에는 "일본측은 한국 당국에 의한 일본의 보도기관에 대한 조치가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환경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했다"고 되어 있었다고 한다. 한일 정상회담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일본에서 두드러지는 등 양국관계의 새로운 가시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리 없다.

반대하는 한국측과의 조정이 난항을 겪으며 시간이 지난 채 포함시키는 것이 보류된 것 같다. 그러나 "한국측은 일본의 일부 보도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양론병기로 언급해야 했다. 문제는 이미 사법의 장으로 옮겨졌지만 공판의 추이에 따라 양국의 여론이 과열화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국회의원 차원에서 결론을 찾는 진정한 토의를 계속하는 의미는 크다.

전 지국장의 기소는 말할 것도 없고,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에 관계된 문제다.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주장할 권리는 목숨걸고 지키겠다"는 프랑스 철학자의 명언 등을 인용하여 지한파 일본인으로부터도 한국은 심하게 질타받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경우, 나라와 나라가 원한을 갖는 것은 실상으로부터가 아니라 유언비어에서 생긴 것"이라는 나카에 쵸민(中江兆民)의 말을 내던지고 싶다. 전 지국장의 고발·기소는, 풍문이 될만한 국정운영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정부를 질타격려한 한국신문 칼럼에서 풍문 만 잘라내고 품성이 결여된 소문으로 만든 것, 즉 유언비어 유포에 의한 것이었다.

'양식'에 호소하여

언론에는 양식이 요구된다. 자유와 동렬에 두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도 적어도 차석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양식'이란 물론 국가 등 강한 권력으로부터 정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 종사하는 자가 그 프라이드 때문에 스스로를 규제하는 그런 것이다.

한일 양국의 언론에 의한 공방은 나쁜 언설이 보다 질 나쁜 언설로 증폭되어 국민의식에 변조를 가져올 정도로 이상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이미 나라와 나라의 관계조차 결정적으로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곳까지 왔다. 전 지국장 문제를 기화로 양국관계에 대한 보도가 쌍방 언론의 양식에 호소하며 보통 상태로 되돌리는 노력을 아낄 때가 아니다.

관료와는 달리 상당히 자유롭게 움직이며 발언할 수 있는 정치가, 그 중에서도 한일·일한의련에 소속된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기대는 크다. 양국간의 쟁점 및 미묘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데 있어서 이름과 얼굴이 떠오르는 상대측 의원의 생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필요에 응하여 신속히 기탄 없이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상대를 늘리고자 하는 강한 의사가 요구된다.

한일의 정계를 잇는 파이프는 노후화한 채 재구축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지 오래다. 쌍방 모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있어 국회의원 중견 및 젊은이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는 시도가 몇가지나 있었다.

수복 의욕 보여

이것이 성공하지 않는 것은 쌍방이 '역사적으로 고유의 영토'로 삼는 도서 영유문제 외에도 보통 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이 쌓여 왔기 때문이다. 한일의 정치가 앞에는 양국에 있어서 무엇이 대국적인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그것을 끌어당기는데는 어떤 양보·타협이 필요한지, 알고 있어도 움직이기 어려운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정치적 파이프를 풀가동시켜야 하는 상황이 반대로 파이프 만들기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실로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근저에는 서로 반발·자극하면서 함께 고조를 보여 온 애국, 내셔널리즘에 의한 속박이 있다.

의련은 간판 뿐이라던가 총회도 단순한 형식에 불과하다던가 냉담한 시선에 노출되어 왔다고는 하지만 상대측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는 의원이 늘어날 정도로 악화된 관계 속에서도 지난 해에 이어 총회를 개최했다. 쌍방 의원단의 관계수복에 대한 의욕을 엿볼 수 있다.

양의련이야말로 '여론'에 기죽지 않고 양국의 선린우호를 리드하는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4-10-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