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논리, 착찹함

운동에 높은 부가가치

정향균(鄭香均)씨, 그리고 10년간의 재판을 지지해 온 변호단과 지원자 여러분께 위로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특히, 공의와의 투쟁 이외에 직장 등 일상생활 속의 참기 힘든 고통, 갈등과 눈에 보이지 않는 근심까지 겪은 정(鄭)씨에게는 의식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성원을 보내고 싶다.

재판의 형식적인 결과만으로 보면 확실한 패소였다. 그러나, 판결에 판례로서의 규범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운동의 본취지로 따지면 패배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부가가치를 축적해 왔다. 장기간에 걸친 재판투쟁 과정에서 싹튼 것이, 일본에 사는 외국인의 생활을 지키는 울타리로써 이미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세가지 측면에서 증명할 수 있다.

첫째, 정(鄭)씨가 제소한 후 공무원 임용 국적조항을 철폐하고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자치체가 속출한 것이다.

1995년에 코우치현(高知縣)이 "정당한 법리는 법규범성을 가지지 않는다"며 전면 철폐를 주창했고, 1996년에는 카와사키시(川崎市)가 한정적인 채용을 단행했다. 1997년에는 도쿄(東京)고등법원이 '외국인의 취임이 허용되는 관리직도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관리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 사무직의 국적조항을 철폐하는 움직임은 전국화 되었다. 민단 중앙 국제국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1월 현재, 시 이상의 차원만도 1개부(府) 10개현(縣), 13개정령시(政令市)를 포함한 283개 자치체에 이르고 있다.

봉쇄 불가능

둘째, 판결에서 최고재판소가 외국인의 지방공무원 취임권을 최초로 인정했지만, 관리직 등용에 대해서는 헌법적인 판단을 피해 각 자치체의 재량에 맡길 것을 명시한 것이다.

판결 이유인 '다수 의견'이나 총 5명의 재판관의 '보충 의견', '의견', '반대 의견'을 맞대면 13대 2라는 숫자 이상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열린 일본이라는 표면적인 입장과 문호개방 추세는 부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다수의 외국인 관리직의 생성은 저지하고 싶다라는 유물적인 사고안에 지방자치체를 봉하고 싶어하는 이 나라 지도층의 저변이 반영되어 있었다.

'다수 의견'의 논거가 된 '당연한 법리'는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정주외국인의 수가 지극히 적은 시대의 유물이다. 이미 통용되지 않는 '전가의 보도(조상대대의 보검)'를 꺼내, 도(都)의 말을 합리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재판관들의 착찹함마저 느껴진다. 이는 사법권의 최고 국가기관으로서, 시대가 퇴보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재조명된 것이다.

세번째, 최고재판소가 대법정의 권위를 가지고 도(都)의 국적차별을 위헌이 아니라고 함으로써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호개방을 선행한 자치체는 이 뜻에 전혀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공생 이념

본지에 전해진 각 자치체는 코멘트는 '외국인이 관리직에 등용하는 것이 위헌이기에 금지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임용 형태가 반드시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 채용에 완고하게 저항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면 시대의 흐름이 크게 바뀐 것을 실감한다' 등, 냉정한 입장을 표명했다.

예전에는 자치체와 국가 전속 업무였던 일까지도 담당하는 NGO(비정부조직)의 활약은 공권력의 개념을 변용시켰다. 개개인이 처해있는 곤란한 상황은 자치체와 국가를 초월한 제휴가 없으면 극복할 수 없다. 자치제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향후에도 증가하는 정주외국인의 적극적인 참여는 필수적이다. 공생이념은 적정시기를 만나 큰 힘이 되고 있으므로, 국적조항 철폐를 향한 운동이 쇠약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2005-02-02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