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열어가는 자긍심 공유해야

민주당은 1월30일 '재일한국인을 비롯한 영주외국인 주민의 법적지위 향상을 추진하는 의원 연맹'을 결성하고 이번 회기에 '지방참정권' 부여 법안을 제출할 것을 목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민주당내 반대파 의원이 중심이 된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신중히 생각하는 공부회'도 같은 날 발족됐다.

논의 대환영

민주당은 '지방참정권' 부여를 현행 매니페스트에 열거하고 있을뿐 아니라 부여 법안을 제출한 실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내 반대파를 의식해 한발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반대파의 동향을 살펴 더욱 분명한 뜻을 드러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야당은 모두 부여 법안 추진에 열심이며 여당에서도 공명당이 당 차원에서 일관되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태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자민당에서도 부여에 긍정적인 의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내 두가지 움직임이 현저해진 가운데, 2대 정당을 중심으로 '참정권'이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런 배경에는 일본 정계가 향후 국가상을 둘러싸고 '비둘기파'와 '독수리파'로 재편되고 있는 징조가 있다. 국제주의와 국가주의 가운데 어느쪽을 전면에 내세울지 그리고 인권·공생 문제에 있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신중한 태도를 보일지. 즉, '열린 나라'를 지향할 것인지 아니면 '닫힌 나라'를 유지할 것인지 큰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본지는 시종일관 다문화공생 사회의 실현은 일본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국제사회의 일원, 특히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일본의 미래상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직접적으로는 영주자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면서 이 문제를 세계와 아시아에 진지하게 다가가는 인권 지향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국제화는 필연적

우리들은 우리의 뿌리와 문화를 소중히 여기며 대를 이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자이며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생활 전반에 걸쳐 일본과 절실한 이해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한국과 일본의 선린우호에 공헌하겠다는 열의를 잊지 않고 국정 차원에서 직접적인 참획은 무리여도 적어도 지역사회에서 견실히 공헌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세계 두번째 경제대국인 일본도 인구 감소와 성장 저하로 향후 국력 축소가 예상된다. 닫힌 나라를 유지해서는 동아시아내에서도 존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들이 환영할 수 없는 미래상이다. 이 미래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 체제를 개방하고 국제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주외국인에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나라가 많은 유럽에서는 국가를 초월해 자치를 보장하는 기본틀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 핵심에는 강한 지방 민주주의가 공적인 책임 의식을 길러내 국가와 사회를 강인하게 만들고, 지방 민주주의를 모든 활동 주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으로 보장된다는 이념이 있다. 일본의 지방 분권 개혁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지역 공헌에 대한 강한 의욕

일본에서도 영주외국인은 이미 지역사회의 중요한 활동주체가 됐다. 민단 단원에 한해서 그 예를 찾아봐도 마을 회장 또는 자치 회장 등 중책을 맡아 지역에 공헌하고 있는 사례는 일본 전국에 수없이 많다. 민단회관이 지역자치회의 사무실로 쓰여 지역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흔하다. '적어도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뜻의 표출이다.

영주외국인을 참정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활성화, 충실화가 일본의 국제화와 발전에 불가결하다는 현실적인 요구에 배반하는 것이다.

지자체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실질적으로 평등한 인권을 보장하는 가운데 지자체의 외교는 물론 지자체간 국제교류의 필요성도 고조된다. 일본의 국제화와 아시아 공생 시대를 시야에 둔 대국적인 정치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가들이 아시아의 중심 리더로 새 시대를 열어가는 기개와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2008-02-06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