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2대, 본고장의 맛 추구
제일물산의 황혜란(黃惠蘭) 사장

재일동포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도쿄 히가시우에노(東上野). 불고기 가게나 한국식품, 한복집이 즐비하다. 그 일각에서 손수 만든 김치를 판매하는 곳이 제일물산. 1960년 창업하여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어머니의 신념으로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 강은순(姜恩順)이 젊은 시절부터 모든 것을 맡아왔다. 그런 어머니가 신념으로 삼았던 것이 손수 만든 맛. 김치를 만드는 사람의 따스함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것이라고 자주 배웠다"

'배추는 일본산, 고추는 한국산'을 고집한다. 배추김치 맛의 결정적인 요소는 배추의 상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고원지대 야채를 재배하는 농가와 연간계약으로 들여온다.

창업 당시 고객은 대부분이 동포였다. "일본인이 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 김치의 수요가 급속히 늘어났다".

1987년 마츠가야(松が谷) 공장을 시작으로 1992년에 류센(龍泉) 물류센터, 2000년에 노다(野田) 공장을 잇따라 수도권에 설립했다. 2003년에는 후쿠시마현의 시라카와(白河) 공장에서 나물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식품의 발송처는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전국에 걸친다.

"식품의 위생관리는 공장 입구부터 출구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재료의 사이버 이력에도 만전을 다해 안심·안전한 식품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사원은 180여명, 2007년도 매출액은 약 23억엔에 달한다.

사원의 지지를 받아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라고 하면 현관을 나올 때의 뒷모습. 나는 공장 할머니들 손에 자랐다. 어머니는 시간이 있으면 사원의 가족과 거래처, 교회의 지인 등 항상 누군가를 위해 행동했다"고 한다.

"오늘이 있는 것은 평생 한국식품의 보급에 힘쓴 어머니가 쌓은 신용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3년 전 갑자기 쓰러져 두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심신 모두 지쳐 멍하게 있을 때 사원들이 "자신들이 있으니까 힘내라"고 격려해 주었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제일물산을 위해 인생을 걸고 있는 사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이야말로 선대가 남겨준 큰 재산"임을 실감했다.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지켜온 회사를, 이번에는 내가 지켜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것으로 된건가, 항상 의문을 갖아라". 어머니한테서 자주 듣던 말이다.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사원 한사람 한사람과 면담했다. "모두가 회사에 대해,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게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됐다". 직장이 멀리 있어서 공통목표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경영의 마음가짐을 갖았다. ▽함께 배우고 추구하며 개선한다 ▽신뢰받고 계속 사랑받는 상품 만들기 ▽안심·안전한 상품 만들기 ▽계속해서 도전하는 정신.

"김치에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익기 쉽지만 그것이 정말로 숙성된 김치다. 건강하게 좋은 것을 더 홍보하겠다". 또한 "샐러리, 토마토, 락교, 고야 등 제철 야채를 재료로 한 김치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머니로부터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다. 시야를 넓혀라"라고 교육받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에 갔고 독일이나 한국에도 가게 해준데 감사한다.

한국에 가면 반드시 시장에 들른다. "어머니가 다녔던 곳을 걸어보고 싶다". 모녀 2대에 걸친 맛의 추구는 계속된다.

(2008-04-16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