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힘 상기시키자

이번 전국지방단장·산하단체 중앙장 회의는 정진(鄭進) 집행부가 구성된 후 처음 개최된 것으로, 통상의 과제를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진용을 정비한 신집행부의 기본자세를 명확히 하는 첫 기회로서 지금까지 없는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총의 참작한 견해

초점은 첫째로 5·17 사태를 어떻게 총괄할 것인가. 그와 관련하여 둘째로 조선총련과의 교류에 당면하여 어떻게 임해야 하는가. 그리고 셋째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 이 세가지였다.

전대미문의 조직혼란을 초래한 '5·17 민단·총련 공동성명'에 대해 그 진상을 규명하고, 관계자의 처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뿌리깊게 남아있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밝히고 책임소재를 특정하여 처분과 향후 대책을 제시하는 일은 중앙본부의 당연한 책무이다.

회의에서는 서두의 특별보고에서 신집행부의 '5·17 사태에 대한 견해'가 제시됐다. 이는 사실경과와 진상에 대해서는 지난 임시중앙대회에서 설치가 결정된 조사위원회에 맡기고, 그 결과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넘기는 것을 전제로 신집행부의 통일된 의견을 우선 분명히 하고, 전국의 간부·단원에게 단결을 호소한 것이다.

견해는 5·17 성명에 대해 재일동포의 주체성과 민단의 자주성을 유린하고, 일본인 납치사건 등 북한-총련이 가진 검은 의혹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여 민단을 특정 정치적 의도에 이용하고자 한 모략이며 규약위반을 거듭한 독단전횡(獨斷專橫)이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민단은 자유민주주의와 인도·인권을 존중하는 이념 아래 재일동포와 일본사회와의 공생기반을 보다 강고히 하는 동시에 조직내에 있어서도 배제의 논리가 아닌 참가와 포용의 논리를 우선시하여 의경이 다른 사람과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할 것을 호소했다.

조사위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조직은 일상활동을 그만둬서도 전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도 안된다. 조직적인 과오는 과오로서 명확히 하지만 이해와 관용의 정신에 따라 민단 본래의 조화를 되찾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자세를 내세웠다고 할 수 있다.

총련과의 교류사업에 대해서는 5·17 성명에 대한 비판의 비등(沸騰)과 그 후의 북한에 의한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및 핵실험 강행에 따라 자숙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를 바탕으로 신집행부는 총련과의 중앙본부 차원의 교섭은 냉각기간을 두고 지방본부 차원에서도 계속사업에 한해서는 용인하지만 신규사업은 보류할 방침을 명시했다.

5·17 성명과 총련에 대한 집행부의 기본자세는 단원들의 총의를 충분히 헤아린 것이다. 특히 이론이 제기되지도 않고 우선은 일단락 짓는 단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식 탄력

그러나 민단이 입은 물심양명의 손상을 치유하고 보충하는 과제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상태다. 또 지금 회의에서 집행부는 중앙본부의 재원과 회계처리에 대해 발본적인 개선이 금선무임을 인정하는 한편, 지방단장으로부터 보고가 잇따른 지부, 지방본부의 재원 축소 등에 따른 어려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구조적인 곤경의 타개와 5·17 사테에 따른 손상 회복은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과제이다. 정진 단장은 회의장에서 투명성 있는 재정운영에 힘쓰며 경비절감의 단행과 자주재정기반의 확립을 서두르는 동시에 '지방이 있는 중앙'이라는 시점을 중요시하여 전국의 간부·단원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결의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

신집행부는 1970년대 초기에 있었던 조직파괴책동 이후의 역대집행부와는 비교가 안되는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다. 민단에 새롭게 주어진 양식이 있다면 5·17 사태에 따라 각성된 위기의식이라는 정신적 자산 뿐일 것이다.

이번 조직정상화의 기복을 볼 필요도 없이 민단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명확히 특정지어진다면 거기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60년이라는 탄탄한 전통이 뒷받침된 저력을 전면으로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2006-11-02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