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삼파전'의 일각을 구성했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사실상 여당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제1야당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간 양자대결이 됐다.

이어지는 '박빙의 승부'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예단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여 선거전은 19일(국내 투·개표)에 치다를 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5일부터 10일까지가 투표 기간을 맞이하는 22만3,557명의 재외선거권자들에게도 긴박감이 전해져 온다.

대통령 선거에 있어 얼마전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이목을 끌어 후보자의 이념과 정책, 인격과 자질 검증은 뒷전이 됐다. 따라서 많은 재외선거권자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단일화 협상이 뒤틀린 상태로 선거전에 돌입해 재외국민이 투표를 마치고나서야 문·안 후보 중 하나가 사퇴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대결 구도의 확정이 늦었지만 상당수의 사표가 나와 재외국민선거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에 실시되는 것은 20년만이다. 그런 해가 재외국민선거제도의 실시 원년이 된 것이다. 한국 헌정 사상 첫 시도에 투표 자격이 있는 유권자는 전세계 223면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등록·신청 수속을 마쳐 명실공히 유권자가 된 것은 그 가운데 12만3,000여명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그 가운데 실제로 투표한 사람은 45.7%에 불과해 국내 투표율 54.3%보다 훨씬 낮았다. 그 결과 재외국민 한 표당 드는 경비는 국내의 23배에 달했다. 스스로 등록·신청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서 투표권을 준비하고도 반수 이상이 이를 버린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역시 높다. 전세계 등록·신고자수는 22만3천여명으로 국회의원 선거 당시의 거의 배가 됐다. 투표율도 대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확정 사실이 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싶다.

자신을 위해서도

투표율에 있어서는 국내에서는 70%를 넘느냐 65%를 밑도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가 유리해지고 불리해져 그 중간치면 대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논평이 많다. 3,900만명 전후의 국내 총유권자의 1%에도 못 미치는 재외선거권자라고 해도 투표율 70%를 넘기면 15만6,000표가 된다. 접전이 벌어질수록 무게가 실린다.

높은 투표율은 재외국민선거제도의 의의를 부각시켜 한국 헌정사의 다각적인 발전에 공헌할뿐 아니라 선거권을 행사함으로서 재외국민과 본국과의 연대가 정치적 수준으로 의식되고 강화된다. 동시에 각자의 거주국에서 한국 국민으로서의 목적 의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거주국과 한국과의 상호 이해 증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산업화의 성공이 민주화를 가져오고 그 상승효과로 경제를 더욱 약진시킨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한 국가로서는 유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냉전 후기에 있어서는 동서 화합에 일조했고 개발도상국의 발전 모델이 돼 빈국과 부국의 협조를 인솔했다. 한국은 국가 목표가 인류 사회 비전에 준하는 극히 드문 나라다. 재외국민선거제도는 한국이 세계화한 소산이자 더욱 웅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마음 먹고 한 표를

해외동포 사회의 기초는 일제에 의한 식민지 지배, 동서 대립에 따른 조국 분단,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 한국 전쟁 등 가혹한 근현대사에서 파생된 유민·이민·파견 근로자에 의해 형성됐다. 그리고 오랫동안 모국은 가난한 나머지 해외동포를 자주 돌보지 못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영주권자와 장기 해외체류자는 국내 정치에 소원하다고는 하지만 거주하는 국가·지역에서 자신의 처우가 본국의 국력과 나아갈 방향에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통감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최대의 쟁점은 빈부의 격차 확대 등 국민생활의 위기 극복이자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북한과 긴박함이 감도는 동아시아에 대한 외교·안보 체제의 강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력 후보자의 정책의 차이도 선명해졌다. '성공의 역사'를 계승하기 위해 누가 최고 지도자로 적합한지 재외국민 나름대로의 식견과 감성으로 마음먹고 한 표를 던지자.

(2012-11-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