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자손 극적 만남 - 무로마치(室町)시대의 이예와 에도(江戶)시대의 정사

16일은 영천을 출발, 한국 코스에서 3번째로 긴 37km를 걸었다. 상쾌한 바람이 부는 긴 벚꽃 가로수는 이미 꽃은 떨어졌지만 길 양측에는 분홍색 복숭아꽃과 하얀 배꽃밭이 이어져 한가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오후에는 5개의 깃발을 옆으로 기울여서 들어야 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경주의 시가지까지 앞으로 2km 남은 장소부터는 갑자기 천둥이 치고 맹렬한 바람과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부러질 정도로 흠뻑 젖으면서 겨우 경주문화원에 골인했다.

한일 워커의 통역을 맡은, 일본에 온지 12년이 된 이성임(李性任·50, 치바현 카시와시=柏市)씨는 "좀처럼 잘 안 된다. 다시 한 번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말의 의미의 차이를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실감했다.

17일은 경주시의 사적을 견한학 후, 동해안 해변에서 저녁식사로 생선회를 먹었다. 18일에는 한국 코스 최단거리인 21km를 걸어 구어(경주시)로 향했다.

11대째와 17대째

휴게소인 불국사역 앞에서 지나가던 일반시민 이준락(李俊洛)씨가 워크의 깃발을 보고 선상규(宣相圭) 한국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조선통신사와 관련있는 것인가요?".

선씨가 워크에 대해 설명하자 "실은 나는 옛날(무로마치시대) 조선통신사 이예의 자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선씨는 이씨의 말에 깜짝 놀라 여운준(呂運俊)씨를 불렀다. 이씨는 여씨에게 "일본인인가요?"라고 질문.

여씨가 "실은 난 에도시대 제1회 조선통신사의 정사 11대째의 자손입니다"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이씨가 "나는 17대째랍니다".

두 사람 모두 갑작스러운 우연에 놀라면서 악수를 나눴다. 이씨는 "무사히 도쿄까지 가세요. 성공을 빕니다"라고 말하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에 계속 손을 흔들었다.

19일은 하루종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모두 제각각 비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출발, 울산을 목표로 한다.

이번에는 비오는 날이 많고, 전반은 추위도 더해 고생했지만 남방에 오면서 기온은 높아져 땀은 흘렸지만 아무쪼록 견뎌냈다. 그래도 감기 걸린 사람이 많아졌다. 전원이 아주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었고 운송차를 타는 사람도 많아졌다.

20일에도 비. 강가에 지난해 재현된 '대화루'에서 울산시 무용단이 국가의 중요문화재 '처용무'를 선보였다. 신라시대의 '악마를 쫓는' 춤으로 그 멜로디는 일본의 가가쿠(雅樂)와 똑같아 놀랐다.

부산에 골인하여 눈물

21일은 드디어 한국 코스의 최종일. 지역 워커 총 70명이 참가하여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산을 목표로 했다. 국도 하이패스는 많은 트럭으로 소리가 엄청났지만 도중부터 옛길로 들어서자 유채꽃이 피어 있고 산의 신록은 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였다.

지난 번에도 참가했던 '워크를 좋아하는' 마츠이 사다오(松井貞夫) 부산 총영사도 가담했다. 워커들의 '발'에 의한 한일의 교류 모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골인 '동래동헌'에 도착하자 여성대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 껴안으며 골인한 달성감을 맛봤다.

22일에는 하루동안 함께 걸은 마츠이 부산 총영사가 한일의 워커들을 공저의 저녁식사회에 초대. "단 하루만 참가하긴 했지만 함께 걸을 수 있어서 기뻤다. 여러분의 워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해인 만큼 특히 뜻깊다고 생각한다. 대사로부터도 여러분에게 안부 전해달라는 전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워커들은 오랜만의 일본식사를 즐겼다.

23일은 이른 아침 고속선으로 드디어 일본을 향한다. 츠시마(對馬)·이즈하라코(嚴原港)에서 걸어서 츠시마시청으로. 타카라베 야스나리(財部能成) 시장이 선두에 서서 마중나와 주었다. "옛 조선통신사는 어떤 생각으로 해협을 건넜을까.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는 인간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꿔 준다. 한일간의 물결을 여러분의 워크로 진정시켜 주세요"라고 인사.

조선통신사 연고지 연락협의회의 마츠바라 카즈유키(松原一征) 이사장으로부터 '조선통신사를 세계기억유산으로'라고 물든 깃발이 엔도 야스오(遠藤靖夫) 대장에게 건네졌다.

24일은 처음으로 이키(壱岐)를 방문. 아시베코(芦辺港)에서 시민과 함께 13km 걸어서 이키시청을 방문했다.

25일은 하카타코(博多港)으로. 하카타에서는 대절버스로 통신사가 상륙한 야마구치 아카마구(赤間宮)를 거쳐 히로시마에. 헤이와(平和)공원에서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26일, 27일, 28일에는 통신사가 탔던 배가 기항하여 머물렀던 시모카마가리(下蒲刈, 히로시마 쿠레시=吳市), 토노모우라(鞆の浦, 히로시마 후쿠야마시=福山市), 우시마오(오카자키 세토우치시=瀨戶內市)를 방문했다.

그리고 29일 오사카에서 일본 코스의 출발을 끊고 토카이도(東海道) 등을 걸어 5월22일 도쿄 골을 목표로 한다.

(글과 사진, 카나이 미키오=金井三喜雄)

(2015-05-0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