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중앙본부와 '협력과 교류에 관한 협약'을 맺은 청암대학교(전남 순천시)의 강명운(姜明運) 총장은 오사카 출생인 재일 2세다. 2년 전에 '재일한국인연구소'를 설립, 재일동포의 조국공헌사업을 발굴하고 체계화하여 100년을 넘는 재일동포의 역사를 근대민족사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일부로서 현창하겠다며 정렬을 불태운다.(인터뷰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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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청구하지 않은 공헌
사적의 발굴·현창 서둘러야

올해 건국 65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은 이제 당당한 세계의 강국이다. 장래성에 대한 평가도 높고 가까운 시일내에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고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연구기관과 학자가 전망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인구가 5000만명 이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의 경제대국의 대명사라고 일컬어지는 '20-50클럽'에 들었다. 무역규모가 1조달러를 넘는 세계 유수의 무역국가일 뿐만 아니라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세계를 향해 한류문화를 발신하는 매력 넘치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일 2세인 나의 심경은 어딘가 개운치 않다. 한국의 그러한 현재의 모습은 재일동포의 기여 없이는 생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 역사적 사실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일동포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전부터 조국 한국에 자본은 물론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제공해 왔다. 재일동포의 발의로 조성되어 1965년부터 가동한 구로공단이 그 상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과거에 재일동포기업을 유치하여 출발한 구로공단을 한국 첫공업단지이자 수출거점으로 선진기술과 해외시장전략의 노하우를 축적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전수출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던 구로공단은 바로 '한강의 기적'의 첨병이었다.

순수한 탓에 기록조차 없어

재일동포의 조국공헌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의 이륙기였던 1960년대는 말할 것도 없이 그 후에도 일관했다. 농업 등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추진한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 지원, 1982년 신한은행 설립, 88서울올림픽 때의 100억엔을 상회하는 성금 전달, 1997년 IMF위기 때의 외화송금운동 등이 특필된다. 재일동포의 100% 출자에 의한 신한은행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이 되고 있는 것도 기쁘지 않은가.

이러한 국가적 사업에 대한 기여는 기록이 나름대로 있다. 잘 모르는 것은 고향에 대한 개인적인 공헌의 업적이다. 1세들은 조상의 땅에 학교와 장학금제도를 만들고, 병원을 건립하고 도로를 정비, 다리를 놓고 수도와 전기를 끌어들였다. 그 총액은 분명 국가적인 사업에 비해 뒤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쪽이 쌓이고 쌓여서 규모가 크지 않을까.

매장된 채로 둬서 좋을리가 없다. 국가와 지역행정, 연구기관에도 책임은 있겠지만 재일동포의 책임도 크다. 순수함 탓이라고는 하지만 다대한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록하고 현창하고자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재일한국인연구소 설립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다시 한번 1세의 업적을 한국 전역에서 발굴하고, 자료로서 축적·체계화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알 수 있는 역사로서 반드시 남길 필요가 있다.

청암대학은 2년 전 재일한국인연구소를 설립하고, 그 이후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정부로부터 7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목적은 재일동포의 역사와 문화의 체계적인 조사·연구에 그치지 않고 주체성 확립 및 21세기를 사는 재일의 글로벌적인 미래설계에도 공헌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일한국인학'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초작업이야말로 100여년이 된 재일동포의 역사가 근대민족사가 빠질 수 없는 일부이자 건국 이래의 한국 현대사의 귀중한 일각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을 확실히 현창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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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전문대의 궁상 구한다
아버지의 '고향에 힘쓴다'는 생각 이어

한국의 많은 대학 중에서도 재일동포의 총장은 강명운(姜明運)씨 단 한 명이다. 그 청암대학도 실은 재일동포의 조국공헌사업의 소산이다. '청암'은 명운씨의 아버지 길태(吉泰)씨의 호에서 땄다.

애국·효도·자립의 정신으로 선진조국을 건설할 인재를 육성한다 -- 길태씨는 1977년 이를 건학이념으로 순천 청암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일본에서 첨단교육설비를 도입하여 향학의욕을 높이고, 전국 산업계 고교 종합심사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여 지명도를 높였다. 전국에서 교육관계자의 시찰이 끊이지 않고,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명문고교의 지위를 굳힌 일이 대학 경영으로 이어졌다.

청암대의 기점은 1954년에 설립된 도립·순천간호교등기술학교에 있다. 1972년에 간호전문학교, 1979년에 간호전문대학으로 승격했지만 재정 적자로 폐교의 위기에 빠졌다. 길태씨는 1983년 지역주민의 열망에 응하여 경영을 인수한다.

당시 학생수는 불과 240명(3년제, 1학년 80명)으로 시설은 노후화되고 있었다.

실무 제일로 내걸어 취업률은 90%

인수 후에는 도립에서 사립이 됨으로써 강등된 듯한 풍평이 일어 교원과 학생이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길태씨는 이 난관을 타개할 용단을 내린다. 거액을 투자하여 현대적인 교시로 신축·이전한 것이다. 면학 분위기를 일신하여 선진대학으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한다.

학과를 확충하여 1993년에는 순천전문대학으로, 1998년에는 순천청암대학으로 개명, 2010년에 현재의 청암대학교가 된다. 여수공업단지, 광양제철종합단지, 율촌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지역의 숭심에 위치하고 있어 실무 제일의 교육성과는 매년 취업률이 90% 이상이라고 하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 시설은 순천의 본교 이외에도 여수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사천시, 법무부 순천교도소 등에 분교가 있으며 27학과 총 약 3500명의 학생이 배운다. 사회복귀를 케어하는 교도소의 분교에서는 향학심 있는 수형자들이 대학 졸업자격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2007년에는 한일 문화교류와 인재육성, 교직원 연수를 목적으로 한 분교, 오사카 연수원을 스미요시구(住吉區)에 설립했다.

이 학교는 매년 실시되는 전국 전문학교 종합평가에서 우수대학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2009년에는 한국 생산성본부, 조선일보, 미국의 미시건대학 공동으로 '국가 고객만족도 조사'(NCSI)에서 서강대, 고려대, 한국외대 등에 이어 7위에 랭크됐다.

이 대학이 발전하는데 있어서 길태씨의 헌신이 컸던 것은 교육계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사카를 무대로 민단 일가의 힘

그는 1921년에 순천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탓에 야간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다. 형제가 함께 오사카에서 기반을 굳히고 킨키대학에 다니면서 오사카시립대에서도 연수를 받고, 민단 오사카 본부의 단장을 역임한 형 계중(桂重)씨를 뒷받침하는 한편, 자신도 지부 간부를 역임했다. 전형적인 민단 일가이기도 하다.

고향을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순천시에는 여성이 배우는 고등학교가 두 곳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향학심에 굶주려 있던 소년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한국의 독농가를 초청하여 일본의 선진농업기술을 배우게 하고, 한국 농업의 발전에 기여한 적도 있는 길태씨는 직업고등학교의 설립을 결의한다. 그것이 오늘의 원점이 된 순천청암고등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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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에 자신감과 긍지를
동포사를 입체적으로 체계화

다시 강명운 총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1세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빈손으로 일본에 와서 차별과 모멸에 시달리면서도 경제적인 기반을 쌓아 조국, 고향에 최선을 다했다. 2세·3세가 되자 일본사회의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다.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스포츠, 문화예능, 법조계 등 폭도 넓다.

이 사실은 본국이나 어느 해외동포사회에나 자랑해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재일이 시야에 거의 들어있지 않다. 한편, 일본사회의 재일을 보는 눈은 흐려질 때가 많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실적은 굉장한데 여전히 재일의 자기평가가 낮고, 자신이 없는 것은 그러한데 이유가 있다.

자신의 체험이 의욕의 원점으로

우리 재일한국인연구소의 사명은 동포들에게 그 중에서도 앞으로의 젊은 세대에 자신과 긍지를 갖게 하고, 본명으로, 우리말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의 업적도 연구대상으로 하고, 재일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입체적으로 체계화하는 일이 불가결하다. 2년 전 총장에 취임한 이래 그 생각이 보다 강해졌다.

강 총장은 대학시절 1967년의 도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테니스의 한국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1962년 국체 대구대회에서 한국의 땅을 처음으로 밟고, 실력을 인정받아 태릉선수촌(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 들어갔다. 그 때는 언어의 문제도 있어 소외감을 맛보게 됐다. 백두학원 건국중학교에서 메이지(明治)대학 나카노(中野)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역사문제 등으로 강한 위화감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이 '재일에게 자신감과 긍지를'이라는 오늘날 결의의 원점이 됐다. 강 총장은 마지막에 이렇게 강조했다.

재일동포의 조국공헌은 아무런 보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모욕을 당하는 일이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순수한 애국·애족의 정념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나는 남북통일문제를 포함하여 곤란한 과제를 떠안은 한국에 있어서 "이러한 재일혼이야말로 국가적 정신으로 삼아햐 할 것"이라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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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운 총장 약력

1947년 오사카 출생. 백두학원 건국중학교, 메이지대학 부속 나카노고등학교 졸업. 메이지대학 상학부를 거쳐 독립행정법인대학 졸업 후, 오사카산업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 와카야마 한국상공회의소 회장, 재일본전라남도도민회 회장, 백두학원 이사 등을 역임. 학교법인 청암학원 이사장을 거쳐 현직에 이른다.

(2013-06-13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