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일반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공통의 이해를 의식하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을 이념화하고 이를 현실 사회에서 구현하기 위해 형성된다. 그러나 서로 목적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아 기득권을 갖는 지도부를 지키기 위해 조직이 변질되고 본래의 수익자를 짓밟기도 하는 것이 또한 조직이다.

불변의 창단 정신

민단은 조국 광복으로부터 1년 남짓 지난 1946년 10월 재일동포 공동체에 싹 튼 사념의 체현자로서 출범했다. '재일본조선거류민단'에서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으로 개칭하고 그후 동포의 영주 의지를 반영해 '거류'를 삭제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름은 바뀌었어도 창단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임의 대중 단체로서 흔치 않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창단에 결집한 동포들은 제대로 된 경제 활동 수단이 없어 장래를 설계하기는커녕 하루 하루 생활에 급급하고 의지할 곳 없는 소수이자 약자로 두 가지 상대를 강하게 의식했다. 첫째는 재일동포를 '제3국인'이라고 깔보고 차별과 박해를 거듭하는 일본 사회였고 또 하나는 재일동포를 천황제 폐지, 반동정부 타도의 과격한 '인민 해방 투쟁'에 끌어들일려는 조련(재일조선인연맹=1945년10월)이었다.

민단 동포들은 식민지 지배의 남은 한이나 다른 사람의 조종으로 인해 일본 혁명에 참가하는 일 없이, 언젠가 귀환해 새로운 조국 건설과 자기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바라고 이를 위해서라도 당면한 빈곤과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자신들의 목숨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단결했다.

한국 수립의 선구

민단의 존재도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돼 격하게 대립해 왔던 상황 아래 재일동포 사회 역시 남북으로 편이 나뉘어 북을 지지하는 총련이 있다면 남을 지지하는 민단이 있어야 돼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어차피 결성됐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도 넓게 유포됐다.

그러나 민단의 결성된 것은 대한민국이 수립되기 1년8개월 전으로 국가의 형태도 이념도 전혀 보이지 않고 정치적 갈등만이 들끓던 시점이다. 민단 동포들은 자유롭고 민주주의적인 체제의 국가를 요구했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65주년 식전에 보낸 축사를 통해 "(민단은) 해방 직후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선두에 섰다"고 칭했다. 그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나아가 창단 단원 스스로가 자신의 무력함을 돌이켜보지 않고 동지적 결속만을 믿고 출범시킨 것이다. "그 결의야말로 실로 장대한 것이었다"(정진=鄭進 단장 식전 기념사)

대동단결의 소산이면서도 정치적 조직적으로 훈련된 공산주의자에게 빠진 조련은 모든 재일동포의 인적, 물적 자원을 규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단을 압도, 압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GHQ(연합군 총사령부)는 1949년12월 세력 분포에 대해 조련 산하가 42만명, 민단 산하는 18만명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창단으로부터 3년 남짓이 지난 시점에도 조련에 대해 민단은 3대7로 열세였다.

점검, 개혁 게을리 하지 않아

초창기에 생업과 가족을 희생시킨 나머지 조련과 그 후신인 민전(재일조선통일민주주의전선=1950년8월)과의 항쟁으로 심신에 장애를 입은 단원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안정·성장기에 들어서도 막대한 자산을 조직에 쏟아부어 자신의 사업을 파탄낸 지도적 인사도 많다.

민단에는 대대로 이어진 선언, 강령, 규약 외에 의사록, 지시·보고서 등의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주요한 시점마다 '민단사'도 편찬했다. 그러나 조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형성되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거래와 조직 간부의 도덕성 및 의욕 등이 큰 의미를 갖는다. 민단의 오늘은 조직의 공식 기록에는 남지 않는 자기 희생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많은 헌신에 의해 이뤄졌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은 자율과 타율의 생물로 스스로 점검, 개혁을 게을리하면 퇴화한다. 선배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자세로 65년의 역사를 배우고 싶다.

(2011-11-2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