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중앙 본부와 지방 본부에 있는 68세 이상의 많은 간부들은 한일조약 체결을 전후해 재일한국·청년 운동에 참여했다. 때로는 '굴욕 외교 반대' 구호를 외쳤어도 '한일 회담 촉진, 법적지위 요구 관철'이라는 기본 자세를 갖고 민단을 통해 회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시도한 기억은 지금도 선명히 공유하고 있다.

난제의 법적 지위

재일동포가 '재류자격 없는 재류'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영주 자격을 획득하게 된 기점은 한일회담 타결로 확정된 '법적 지위 협정'이다. 마지막까지 난항을 거듭했던 협상의 결과다.

당시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자손 대대로 영주권이 보장되고 심지어 광범위한 내국민 대우를 확보하게 되면 장래에 이 좁은 국토에서 색다르고 난해한 소수민족 문제를 안게 되지는 않을까'라고 논하고, 마이니치신문도 '버적 지위는 무리한 요구'라고 결부 지었다. 그러나 4반세기가 지나 일본 여론의 대세는 바뀌었다.

법적 지위 재협의가 시작된 1990년,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갖는 외국인에게 국적은 달라도 이 나라에서 함께 사는 시민으로서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화를 목표 삼고 있는 일본의 발판을 공고히 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하고 마이니치신문도 '(재일으로부터는) 특별히 불합리한 요구는 없다. (중략) 기본적으로는 재일한국·조선인은 같은 땅에 사는 형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전하기에 이르렀다.

최악은 아니지만

민단은 3년 연속으로 '한일우호 친선 촉진'을 주요 운동으로 내걸고 있다. '법적지위' 문제에 깊이 관여한 간부들이 그 선두에 서 왔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의 한일 관계가 국교 수립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가하지 않는다. 단,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 아닐까. 이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민족학교와 일본 고교생 사이에서 사망자가 나올 정도의 집단 난투가 드물지 않았던 시절, 일본 학교에 다니는 동포들도 사소한 일로 "조선인!", "그게 뭐 어째서"라며 다투다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싸웠던 상대와 지금도 사이 좋게 지내는 간부도 적지 않다.

서로 가정을 갖게 되어 일에 쫓기며 민족과 국가의 차이보다 세대간의 가치관 대립이 오히려 큰 자리를 차지해, 같은 시대를 같은 지역에서 살아 온 동료 의식이 더 앞서게 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에도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음을 나누는 동료들의 모임인데도 한국에 대한 화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단 입에 오르면 험난한 한국 비판으로 발전한다. 들은 이야기를 포함해 정보량이 매우 풍부해 특정 입장의 논리로 무장한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김대중 납치 사건(1973년), 문세광에 의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1974년)이 일어나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 일본 여론의 한국 비판은 조선 총련의 공작도 침투돼 루머, 억측이 난무할 정도로 대단했다. 총련을 경유한 북한의 대남 파괴 공작을 내버려 두는 일본에 화가 치민 한국은 국교 단절조차 각오했다고 한다. 간부들은 이 시기가 지난 50년간 제일 험악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당시 한국 비판의 주역은 일부 혁신파 정치가와 학자, 활동가, 언론으로 일반인은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혐한' 언동이 '국민참가형'이 됐다는 점, 그 선두에서 집단들이 헤이트 스피치를 통해 재일동포를 겨누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없던 이질감을 느낀다.

'틈에 낀 몸' 피부로 알어

그래도 일본 사회는 다시 변할 것이다. 아니,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재일동포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 '형제'라고 부른 일본 사회의 시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방 전후에 태어난 간부들은 한일관계가 성립, 발전하는 과정을 살아 온 세대다. 우리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의 상황 및 한일 관계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것은 피부로 알고 있다.

따라서, '손자 세대는 우리처럼 힘들지 않으면 좋겠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더욱 정열을 쏟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바다.

(2015-06-2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