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가치관의 상극과 그에 얽힌 세대 대립이 심각하다. 일시적으로 표면화되지 않는다 해도 연말 대통령 선거를 향한 각 여론조사에서도 50대 이상의 '보수' 성향과 30·40대의 '진보' 성향의 차이는 더욱 역력하다.

가치관의 상극은 일반적으로 각 세대를 세로로 나눈 현실적 정책논쟁으로 변화한다면 사회발전의 유효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세대를 둥글게 자른 상극이라면 비생산적인 혼란만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그 배경에는 역사인식의 각축이 있어 유언비어로 인해 어느 시대를 어느 시대가 부정하려 하는 특정 이념에 의한 왜곡된 역사관이 침투되기 쉽기 때문이다.

민주화 후에도 '개발독재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립구도를 지양하지 않은 채 남북대립을 '남=미 제국의 비호를 받은 친일파 국가' 대 '북=친일파를 청산한 완전 자주국가'라는 허구로 변환시켜 그것을 한국내 대립구조화한 것은 그 전형일 것이다.

과학입국을 향한 꿈

이러한 현상은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의 상극으로서도 표현되어 왔다. 그러나 두 세대에는 서로에게 자존심이 있는 반면, 산업화시대에는 부당한 통제·탄압이 있었고, 민주화시대도 북한의 개혁·개방 과제에는 눈을 감는 등 냉엄한 남북대립 속에서 각자에게 한계성과 애로사항이 따랐다.

한국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은 산업화가 없다면 민주화는 없고, 민주화가 없다면 더큰 경제발전도 없었다고 하는 확실한 현실인식이다. 그 의미에서도 벤처비지니스(VB)를 잇따라 배출하고 세계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덕밸리(대전시)의 위업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첨단연구지역은 20개의 정부계 연구소, 22개의 민간 연구소, 4개 대학이 집중된 하이테크의 수도로 불리워진다. 일본의 츠쿠바(筑波)연구학원도시의 3, 4배 상회하는 기업수를 자랑하며 세계 유수의 VB 다산지역으로서 최신기술을 발신하고 있다. IT(정보기술)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공학, 생명공학, 항공우주공학 등 창업분야의 폭도 넓다.

1990년대 초두의 한국에서 '우물물은 푸면 풀수록 물이 나온다. 일본은 첨단기술을 이전하면 할수록 결과적으로 신기술·고도의 기술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우물물이론'이라는 것이 화제가 됐다. 일본기술을 번역하며 아무리 뒤쫓아도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는 일본에 대해 단념하게 하는 생각을 스며들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한국은 첨단·고도의 기술로 일정 지반을 굳히고 일부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많은 분야에서 육박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우물물과 연관시킨다면 대를 이어 우물을 파서 보수개선했던 일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덕밸리는 1973년 과학입국을 선언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됐다. '개발독재'라고 불린 이 정권 하에서도 일부 관청은 연구소의 지방이전에 대해 완강히 저항했다고 한다. 그러나 초지일관되어 그 후의 역대정권도 일관되게 극진한 지원을 했다. 김대중 정권에서는 정부시설을 사용한 창업을 허가했으며 독립 후 3년간은 연구소로 돌아올 수 있는 등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현정권도 2년 전에 특구로 지정하여 법인세 감면 등의 창업지원을 강화했다.

역대정권이 지원

반드시 축복받은 출범은 아니었고 그 후에도 거듭되는 정변 속에서 결코 순풍만이 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역대정권은 가치관을 달리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후원하여 오늘날의 성과로 이어졌다. 한 정권, 한 시대라도 중간에 힘을 뺀다면 대폭적인 후퇴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서 가는 일본과 뒤쫓아 가는 중국에 끼어 있는 한국에서 지금 '샌드위치 이론'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세대와 가치관의 상극을 관철하고 '계속은 힘'이라는 것을 실현한 대덕밸리의 성공이 현재의 한국, 미래의 한국에 대해 말하는 의미의 무게, 크기를 다시한번 물어야 할 것이다.

(2007-07-1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