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창립 이래 위기에 직면시킨 '5·17 민단·총련 공동성명'이 발표된지 내일로 1년이 된다. 민단을 친북세력의 하부조직으로 변환시키려 한 획책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단시일에 휴지조각으로

5·17 성명은 민단이념과 단원의 총의에 위배되며 민주주의 규약을 짓밟고 감행된 것으로, 전국 지방본부 및 단원들이 격심한 분노에 불타올라 무효를 선언하고 일어섰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병옥(河丙鈺) 집행부 중추에 의한 강압을 제치고 6월24일 제60회 임시중앙위원회에서 백지철회를 결의하자 7월6일에는 조인 당사자인 하 단장도 결국 백지철회를 표명, 총련의 서만술(徐萬述) 의장에게 같은 일자 문서로 통지했다. 민단은 5·17 성명을 단시일에 말 그대로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나아가서는 보신에 급급한 하 집행부 중추를 구축(驅逐)하고 조직정상화를 위한 단서를 열었다.

7개월간에 걸쳐 혼란을 거듭 일으킨 하 집행부 시대, 창단 60주년을 조직활성화의 도약대로 삼겠다는 구상이 좌절되어 민단 중앙에 대한 내외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된 것은 물론, 귀중한 재정낭비와 인적 소모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다대한 희생을 치른 이상 우리는 그것을 상회하는 대가를 회수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

작년 9월21일 제50회 임시중앙대회는 5·17 성명과 그에 앞선 4·24 제의서(사실상, 적성단체 한통련에 선처를 부탁하는 문서)는 같은 것이라 보고 '4·24 및 5·17 사태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약 3개월간의 조사를 기반으로 지난 2월23일 제61회 중앙위에서 특별보고서를 발표, 일련의 사태는 한통련을 그 조직체인 채로 민단에 끌어들여 민단을 총련에 봉사하는 도구로 만들고 북한의 통일전선에 가담시키려는 책모였다고 지적했다.

교훈의 조직적 확인 필요

이 조사위는 또한 해산에 즈음하여 "북한·친북세력·총련은 6·15 실천 일본지역위의 간판을 갖는 한통련을 선병으로, 2년 후의 민단 중앙대회에서 다시 민단의 지도권을 쟁탈하여 5·17 사태를 재현하려 계획하고 있다"는 인식을 표명,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호소했다.

우리가 치른 희생 이상의 대가를 얻기 위해서는, 민단이 어이없이 위기의 늪에 서게 됐다는 창피한 생각을 발판 삼아 다음 두가지를 동시에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일련의 사태에서 교훈을 도출하여 그것을 조직적으로 확인함으로써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관련 정보에 대한 예의주시는 물론, 조국통일 및 재일동포의 화합·재편문제에 대한 견식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생이념을 내세운 생활자단체의 본래의 사업에 주력하며 현재의 민단을 분발시켜 미래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민단은 총련으로부터의 전입 및 귀화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동포의 집합체이다 배제의 논리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민단의 구성원은 선언·강령의 실천에 참여하고, 규약 준수와 조직적인 검증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조국통일에 대해 민단은 '인류 공통의 양식인 자유민주주의의 이념 아래 평화적·자주적으로 달성'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선언 2항). 일본사회에 대해서는 '존경받는 모범적인 시민'이 되어 '공생·공영의 자세로 지역사회의 발전에 공헌'할 것을 구가하고 있다(선언 5항).

민단선언은, 조국통일을 '전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규약에 명기하는 조선노동당의 노선에 충실히 따라 일본인 납치사건 등 북한의 국가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는 총련 중앙본부의 자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선언이 지시하는 이념은 조직과 단원을 예외없이 대우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동포사회의 화합·재편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념의 혈육화

조직의 조기정상화라는 사명을 띠고 출범한 현집행부는 정부보조금 문제 등을 둘러싼 역풍을 받으면서도 차츰 정상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전조직적으로 자립재정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그것을 담보로 생활자단체의 본래의 임무인 복지·교육을 중심으로 동포들의 자기실현을 지원하는 사업에 충실을 기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인 호별방문과 연수를 통해 의사소통의 심화와 통일의사의 형성을 꾀하면서 많은 단원이 민단이념에 따라 더욱 투철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 두가지 과업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조직방위의 요점이다. 위기극복에 저력을 발휘한 전국 단원들과 중앙본부가 서로 의지하여 재일동포사회의 구심체에 부합되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금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자 한다.

(2007-05-16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