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소녀와 고독한 여성 경관의 교류 그려

고독한 엘리트 여성 경관과 가정에서 학대받는 한 소녀와의 교류를 사회문제를 섞어서 그린 정주리 감독의 영화 '도희야'가 5월1일부터 도쿄의 유로스페이스, 신주쿠무사시노칸(新宿武藏野館) 등에서 순차적으로 전국 개봉된다. 본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한 정주리 감독의 각본에 매료된 거장 이창동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는 두 명의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폭력의 실태를 파헤친다. 칸영화제 등 해외 국제영화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인터뷰 구성)

폭력은 외로움을 낳는다

이 이야기의 계기는 어릴 적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야기이거나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것일지로 모르는 짧은 우화 같은 것이 베이스가 된다.

그것은 주인과 고양이의 이야기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새로운 고양이가 와서 원래 있던 고양이는 더 이상 주인의 관심을 못받게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주인은 신발을 신으려고 하다 깜짝 놀란다. 신발 속에 죽은 쥐 한 마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새로운 고양이를 키우니까 원래 있던 고양이가 보복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고양이를 마구 때렸다. 그러나 다음 날도 신발 속에 쥐가 들어 있었고 이번에는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이 고양이는 주인의 애정을 되찾기 위해 맛있는 음식인 쥐를 넣고, 이틀째는 주인이 먹기 좋도록 껍질을 벗겨 놓은 것이다.

마음이 아파지는 이야기지만 나는 양쪽 모두의 마음이 이해됐다. 나는 이 이야기가 계속 마음 속에 남아 있어 주인과 고양이의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할 수 없을까, 서로 이해할 수 없을까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발전시켜 '도희야'를 썼다.

주인의 애정에서 벗어나 버린 고양이가 소녀 도희다. 도희가 양아버지를 도발시키는 선택을 한 것은 고양이가 쥐의 껍질을 벗긴 행위와 통하는 것이 있다. 이 우화와의 차이는, 나는 도희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주인공으로서 깊은 슬픔을 지닌 영남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도희는 타인에게 관심을 받거나 애정을 받거나 한 적이 없는 아이다. 그녀 자신이 남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외로움이라던가 하는 것을 모르고, 학대받더라도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다.

그런 그녀와 만난 영남 쪽은 외로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플 만큼 잘 알고 있다. 남성중심사회인 경찰 속에 있는 그녀는 우수한 탓에 남성들로부터 질투받거나 소외당하며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게다가 그녀는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그러한 것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점점 자신 속에 가둬버린다. 그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은 서로에게 외로움을 안기고 특히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단편영화 3편을 찍었다. 실은 나중에 되서야 공통된 테마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폭력이었다. 하나는 폭력의 피해자, 또 하나는 가해자, 그리고 폭력의 방관자다. 그러한 테마 의식이 '도희야'에도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폭력이 얼마나 사람을 외롭게 하는지라는 부분에 착안점을 두고 그리고 싶었다.

도희의 외로움은 폭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영남의 외로움이라는 것은 육체적인 폭력이라기 보다도 선입견이나 편견, 그것도 폭력이니까. 그러한 정신적으로 받은 폭력으로 인해 그녀 속에 외로움이 쌓이고 마음이 황폐해진다.

나는 폭력이 낳는 외로움을 표현함으로써 관객 여러분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능한 담담하게 주인공을 통해 폭력의 실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두 사람의 주인공의 외로움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또한 섹슈얼마이너리티 입장인 사람들로부터의 반향도 컸다.

<스토리>
외딴 해변 마을. 양아버지 용하(송새벽)에게 학대받는 소녀 도희(김새론)를, 좌천되어 서울에서 마을에 온 파출소 소장 영남(배두나)이 도우려 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를 막고자 도희는 위험한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2015-04-22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