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고난' 잊지 않고 - 헛된 대립에 종지부를

4가지 말 담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4일에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는 과거의 총리담화에 담긴 '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 사죄'라고 하는 4가지 핵심 키워드가 들어있다. 정확하게는 비체계적으로 박아넣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대상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위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는 점, "그런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나타내기 위해 (중략)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인들이 걸어 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하여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 이 두 가지를 병렬시켜 중화시킨 인상은 떨칠 수 없다.

러일전쟁을 자찬

'식민지'라고 하는 문언은 6곳 나온다. 그러나 한국을 지배하에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 러일전쟁에 승리하면서 일본이 열강의 승인 아래 1910년에 한국합병을 단행, 식민지로 삼았다고 하는 언급은 없다. 오히려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 아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자찬하고 있다.

참고로, 인도 독립운동의 지도자 자와할랄 네루는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승리가 아시아 제국민을 얼마나 기쁘게 했는지를 우리는 봤다. 그런데 그 직후의 성과는 소수의 침략적 제국주의 제국의 그룹에 또 한 나라를 더한 것에 불과했다. 그 쓰라린 결과를 가장 먼저 마신 것은 조선이었다"며 엄격히 비판했다('아빠가 자식에게 말하는 세계사').

'반성'과 '사죄'는 주로 '지난 대전에서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이전에 식민지화되어 무모한 전쟁정책에 군인·군속으로서 내지는 노동자로서 강제동원된 한국인의 존재는 그냥 지나쳤다. '(한국 등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라는, 남의 일 같은 표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편, 한국이 강력히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장의 그늘에는 명예와 존엄을 깊이 훼손당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하면서도 두 차례에 걸쳐 거론,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훼손되지 않는 세기로 만들기 위해 세계를 리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안부'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무라야마(村山)담화 및 코이즈미(小泉)담화에도 없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이라 해결을 향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사표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영국·미국·호주 등의 저명하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일본 연구자들 187명이 연명으로 '일본의 역사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5월), 일본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조기 해결을 절절히 호소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고언에 대한 눈속임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담화는 "일본에서는 전후 출생 세대가 이제 인구의 80%를 넘었다. 그 전쟁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들의 자손, 그리고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해야 할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표명. 동시에 "그런데도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초월하여 과거의 역사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여 미래에 물려줄 책임이 있다"고도 말했다.

헛된 대립에 종지부를 찍고, 차세대가 진정한 화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반대하는 자는 없다. '담화'에서 표명된 결의에 근거하여 관계제국, 특히 이웃나라와 성실히 마주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 불신 제거에 노력하며 더 이상 '사죄'를 요구받는 일이 없도록 신뢰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 요구된다.

각의 결정

아베 총리는 자신의 역사수정주의적 지론을 거의 봉인하고, '지난 대전에 대한 깊은 회오'도 표명했다. 이와 더불어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담화'는 주로 일본국민을 대상으로 하면서 중국도 강하게 의식했다. '전후 70년'에 즈음하여 일본의 기본자세를 나타내면서 안보법제를 둘러싸고 경화된 국민여론과 경계를 강화하는 중국을 노린 시국성명의 요소도 묻어 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각의 결정을 거친 '담화'는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시국에 얽힌 '일과성'의 말로 끝내서는 안 된다. 향후의 구체적인 대처에 따라 '진의'가 검증될 것이다.

(2015-08-2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