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억유산 등록을 위해 일본 유네스코 위원회가 최근 세계 2차대전 중 외교관 스기하라 치우네씨가 유대인에게 발급한 '생명의 비자' 리스트와 함께 군마현 타가자키시에 있는 특별 사적 '코우즈케(上野) 삼비'를 후보로 선정했다. 2017년 여름에 열리는 국제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가 결정된다.

학술 가치도 높아

'코우즈케 삼비'란 승려가 어머니를 공양하기 위해 건립했다는 '야마노우에비'(681년), 타고군 건군을 기념한 '타고비'(711년), 당시의 신문물로 불교 사상으로 선조 공양과 일족 번영을 기원한 '카나자와비'(726년)의 총칭이다.

일본 국내에 18개 있는 고대 석비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모두 도래인과 깊은 관계를 보이고 있어 학술 가치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국제자문위의 심사가 2년에 한번, 신청도 국가당 2건까지로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 '삼비'를 일본 국내에서 신청된 16건 가운데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을 평가하고 향후 동향을 주시하고 싶다.

타카사키시 남부 직경 3킬로 이내에 집중되어 있는 '삼비'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있는 것이 이 지역에 새로운 행정 시스템이 도입되었음을 나타내는 '타고비'일 것이다. 일본 삼고비(三古碑)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은 도래의 선진 기술이 도입되어 요업, 직물 생산, 석재 및 목재 산출이 왕성했다. 타고군은 이러한 생산 거점을 취합하기 위한 행정 구역 재설정을 위해 건군된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큰 역할을 한 것이 '양'이라는 도래인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타카사키시 교육위원회는 이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농후한 도래 계보

그렇다면 '양'은 어디에서 온 도래인일까. 해설에서는 특정 짓지 않았지만 군마현 지방사에서는 신라계라는 설이 정착돼 있다. 비가 있는 요시이쵸 지역에서 '요시이무라지노사토(吉井連里)'라고 적힌 기와가 출토돼 '속일본기' 766년에 나와 있는 '코우즈케의 신라인 코노우마타리 193명에게 요시이노무라지 성을 수여했다'는 기술과 일치한다는 점 또한 근거가 된다.

건군 이전에 이 땅을 개척한 것도 백제계 도래인이었다. 요시이쵸에 진좌하는 '카라시나 신사'(옛 이름 '한급=韓級')의 사전(社伝)에 따르면 이 신사가 창건된 702년 전후에는 이 곳을 '백제의 장원'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660년에 멸망한 백제에서 대거 도일해 '일본서기' 666년에는 백제인 남녀 2,000여명을 아즈마노쿠니에 이주시켰다고 기술돼 있다.

타고군 지역이 한반도에서 온 도래인과 농후한 관계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타카사키시는 2011년 '타고군 건군 1300년 기념 사업'을 추진하며 '타고비는 무엇을 전할려고 했는가 - 타고군의 성립과 그 시대' 심포지엄을 통해 도래인과의 인연을 비중 있게 다뤘다. 또, NPO 일본민속경제학회가 주최한 기념 강연에서는 2016년에 '고려군 건군 1300년'을 맞이하는 코마신사(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코마 후미야스 궁사가 강사를 맡는 등 도래인과 관련이 있는 두 마을이 연대를 도모했다.

최근들어 일본 열도 각지에 남아 있는 도래인의 흔적을 지울려는 경향이 강한 가운데 내년부터 그 이듬해에 걸쳐 히다카시와 타카사키시가 함께 아즈마쿠니와 도래인의 인연을 부각시킨다면 큰 부가가치를 낳을 것이다.

다시 양국 연대를

한편, 타카사키시교위는 타코비에 대해 해설하며 탁본이 18세기에 조선통신사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가 서물의 표본으로서 중국 서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양상을 전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삼비'와 함께 세계기억유산 등록을 목표 삼고 있는 조선통신사 관계 사료는 한일 공동으로 신청하면 1개국 2건까지의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이웃 나라가 공유하는 고대와 근대에 걸친 역사 자료 등록에 기대가 부풀어진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 혁명 유산'의 세계 유산 등록을 둘러싸고 한일간에 갈등이 있었다. 우리는 2003년에 판소리와 인형극 죠루리분라쿠(浄瑠璃文楽)가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에 동시에 등록되는데 있어 양국 협력이 주효했음을 떠올리고 싶다.

(2015-09-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