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선체를 두 동강이 내 침몰시킨 것은 북한의 소형 잠수정에서 발사된 중어뢰로 판정이 났다. 사건 해역의 바닥을 훑어서 수집한 물증, 사건 전후의 북한군의 동향 등을 다국적 군민전문가 집단이 과학적이자 객관적으로 조사 분석한 결론이다.

이 공격은 교전 상태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며 우발적인 충돌로 파생된 것도 아니다. 북한의 일부 과잉충성분자에 의한 독단 행동 또한 아니다. 북한 정규군의 고도의 판단과 지휘계통 아래 계획적으로 준비돼 영해에서 통상적인 초계 행동을 취하고 있던 함정에 가해진 비열한 공격이다.

선군체질로 일관

같은 악행이라도 청와대 습격 게릴라 사건(1968년), 아웅산 폭살 사건(1983년), 대한항공 폭파사건(1987년)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1980년대까지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감시가 전례 없이 강화됐다. 반면, 북한이 마음 먹기에 따라 남북간 교류 협력의 확대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를 걷어차고 포위망에 도전한 것은 독재 정권이 더욱 더 자제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만행에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인한 물적·정신적 핍박, 작년 11월말에 실시한 데노미네이션의 실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불안에 따른 조기 세습 등 독재 체재를 허물 수 있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다. 전례 없는 체재위기 속에서 작년 11월 서해 총격전에서 북한 함정을 패주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위신을 회복하려 했다는 것이 거의 공통적인 견해다.

북한의 동향을 법칙적으로 파악해 정확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동기인지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언설과 사상 분석에 빠져 흔들려서는 본말전도다. 더욱이 '남북관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책임' 등과 같이 사태를 왜곡하고 희석시켜서는 안된다.

1960년 6월 북한은 우리 민족을 나락에 빠뜨린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어떠한 적대 행위도 전면적으로 정지할 것을 명하고 이를 보장'한 휴전협정의 체결(1953년 7월) 이후 반대로 한국 지역내 노동당 지배를 확대시켜 '주제사상·공산주의 통일' 노선을 보다 견고히 지키고 이와 함께 전략 전술을 다양화시켰다. 전국토의 요쇄화, 전인민 무장화부터 시작된 선군 정치는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은) 60년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이 남북 대화가 진행되고 있던 사이에도 관계가 개선됐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에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 실현을 위한 '7·4 공동성명'(1972년)이라는 남북 당국간 첫 합의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비무장지대 지하에 중무장 병력을 단시간에 침투시킬 수 있는 '남침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핵무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도 1992년 2월에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체결 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태양 정책'이 추진한 '밀월'이라 불릴만한 시기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철통 안보 지켜야

한국과 일부 관계국은 정보가 닫힌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려고 한 나머지 미세한 시그널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에게 이를 역이용 당해 대북정책의 원칙성과 일관성을 잃게 된 한가지 요인이 됐다.

천안함 격침 사건은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자기의 노선을 관철하는 것 이외에는 살길이 없다는 망집에 지배된 집단의 본질을 다시 보여줬다. 북한이 바뀌지 않으면 안되며 바뀔 수 있다는 시점에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것과 바뀌지 않는 체질을 꿰뚫어 보고 단호히 대처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다"고 술회하고 있다. 국군의 최고통수권자의 이 말은 군의 기강 해이는 물론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남북 관계의 적절한 관리는 철통과 같은 안보체제를 정비하고 북한의 불법 도발 행위를 완전 봉쇄하는 것을 대전제로 해야 비로서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010-06-0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