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자주권과 우리의 최고 존엄을 수호하는' 핵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심리전 과정에서 북한 평양정권과 조선총련의 수뇌진이 소리 높여 반복하여 외쳐 온 문구다.

주요정보가 각국어로 순식간에 번역되어 세계를 누비는 시대다. 내실이 그 말과는 정반대인 집단에 의해 우리도 사용하는 우리말과 한글로 그렇게 외치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을 느낀다.

이 '자주권'와 '최고 존엄'이야말로 평양정권 중추의 망상을 합리화하는 미사여구로 북한주민과 총련 동포는 물론 전민족을 괴롭히고 통일로 향해야 할 남북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악의 뿌리가 아닌가. 제아무리 정당화하려 해도 숙환의 극치인 그 메마른 실태를 총련의 간부와 산하동포도 싫다고 할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중앙회관의 매각

평양정권이 "(우리나라의 다종다양하고 정밀한 핵공격은) 순식간에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 임의의 시기에 임의의 대상에 제한없이 정밀공격을 가해 조국통일사업을 앞당기겠다"는 등 호언하고, 총련 수뇌진이 그에 동조하는 발언을 되풀이하는 등 심리전이 극도로 창궐하던 3월29일, 총련 중앙본부의 토지·건물이 카고시마시를 본거지로 하는 종교법인으로의 매각이 결정됐다.

이 타이밍은 평양정권에게 무조건 추종함으로써 스스로 파탄을 초래한 총련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부상시켰다. 산하동포에게 있어서 더 없는 굴욕일 것이다. 같은 달 5일에 열린 매각문제에 대한 설명회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지탄이 잇따랐다고 한다.

회관을 낙찰받은 종교법인의 수장은 평양의 중추와 친교가 있어 낙찰에 참가한 것도 중추에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장은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각별한 마음을 갖고 보수·우익임을 감추지 않는 인물이다. 총련 중앙이 빌리게 되더라도 견디기 어려운 굴욕감과 함께 동거하게 될 것이다.

총련 의장은 3월25일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제1 의제인 '김정은 제1서기의 신년 축전을 높이 받들며'라고 운운한 제목의 '보고'에서 "총련과 재일동포의 자주적 존엄과 민족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전조직, 전동포적 투쟁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말 헛된 결의표명이 아닌가.

충정 짓밟혀

회관을 처분하게 된 627억엔(2007년 시점)의 정리회수기구에 대한 부채는 그 대부분이 평양정권에 바치기 위해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총련의 역대 지도부가 평양에 아첨하고 충성을 다함으로써 자기의 안태를 꾀해 온 외상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바꿔 말하자면, 산하동포의 충정을 기만하고 짓밟은 결과다.

그래도 북한이 선군정치를 물리치고 민생을 중시하여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가는 나라가 되어 있다면 '애국사업'에 정진한 총련 동포도 구제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우러러봤던 조국은 중국에 의한 식량·에너지 지원 없이는 몇발자국도 갈 수 없는 낙후국가의 추태를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조달러지폐나 마약 밀수, 외국인 납치 등 국가기관을 내세워 국제범죄를 자행하고, 군사도발과 테러를 무자비하게 행하는 '깡패국가'라 불리는 존재다.

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 존엄'이란, 자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따위는 일고조차 않고 대량 아사도 개의치 않는 심성을 가진 독재자이며 '자주권'이란 그 독재권력을 전혀 거리낌 없이 마음껏 행사하게 하는 '권리' 말고는 없다.

절실히 목소리 높이자

총련은 8개 항목으로 된 결성 시(1955년)의 강령에 원폭 등 모든 대량 파괴병기의 제조, 사용의 금지를 내걸었다. 조직간부를 책임자로 하는 재일동포의 피폭자단체를 조직하고, 일본의 혁신단체 등이 전개하는 이른바 '원수금(原水禁)' 운동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 '반핵'강령은 1995년 제17회 전체대회에서 삭제됐다.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독재자에게 아부 추종하며 총련의 창건정신조차 포기한 전형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총련 동포는 핵전쟁 위기까지 선동하게 된 평양정권에 마음 편해할 리가 없다. 핵병기의 개발·소지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에 미래는 없고 자신들도 구제받지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총련 동포는 평양정권과 조직 지도부로부터 거리를 둘 뿐만 아니라 자기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절실히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왔다. 더 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2013-04-2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