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연주 한국방송통신심의회 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세미나서

이케하타 NHK지국장 “日, 자신감·여유 많이 없어져”
오영환 전 오사카총영사 “투트랙 한일관계 접근 중요”
야마다 소장 “한·일 지자체간 교류, 지속성이 필요”
정태용 환경재단 국장 “민간 ‘교류’는 ‘놀자’는 의미”

재일코리안(자이니치 또는 재일동포)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헤이트스피치의 가장 시급한 사안은 바로 미래 한일관계의 주역인 재일청소년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연주 한국방송통신심의회 연구위원은 3월2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민간교류’ 공동세미나에서 ‘혐한의 확산과 한일관계’란 주제를 발표하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재일동포 청소년들이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며, 미래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문 연구위원은 지난 2013년 10월 교토지방법원이 원고인 교토조선학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쪽에 학교 반경 200m 이내 가두선전 금지와 1,225만엔의 배상명령을 내린 판결을 기점으로 변화해 온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 현상과 대처 과정들을 설명했다.

문 연구위원은 “교토조선학원의 소송은 특정 피해자가 명확히 있었다는 점에서 승소했지만, 대부분의 헤이트스피치는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그 피해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며 “특히 UN이 1965년 인종차별철폐조약을 채택해 인종차별적 표현을 금하고 있고 일본도 여기에 가입했음에도 아직까지 인종차별, 헤이트스피치, 헤이트크라임(혐오적 범죄) 등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케하타 슈헤이 NHK 서울지국장은 경제침체 등으로 과거에 비해 일본인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고 여유도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 2위 GDP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현재 일본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가 문제다. 평화에서 아이덴티티를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분야에 매몰되니 한국과 중국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SNS를 통해 젊은 세대 중심으로 혐한감정이 증폭되고 있고 이러한 부분이 북한 납치 문제와 결합해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환 전 오사카총영사는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고통 세가지는 우익 행동대원의 헤이트스피치, 역사왜곡 망언, 그리고 자연재해라며, 헤이트스피치는 근절돼야 하는 부분이지만 일본인들이 문화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 부분이 있고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분야에서 양국간 교류를 더욱 촉진시키되, 민감한 외교적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야마다 요시노리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소장은 ‘한일지방자체단체간의 교류현황’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1968년 10월29일 울산시와 야마구치현 하기시가 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한 이후 50여년이 지난 2016년 1월31일 현재, 한일 자매우호도시 수는 160여건이다. 지자체간 제휴는 특산품, 주요 산업, 역사, 지형, 기후 등에서 공통점이 있거나, 양 수장이 이미 친한 사이 또는 아는 사이일 경우 체결되는 사례가 많았다.

야마다 소장은 한일 지자체 교류의 과제로 사업의 지속성을 지적하며, 이것이 어려운 이유로 △수장 교체로 정책 변경 △교류 매너리즘(의욕 저하) △지역주민들의 관심 저하 △국가관계 영향으로 교류 중단 등을 꼽았다. 그는 모범사례로 강원도와 돗토리현, 서울시와 돗토리현 간의 업무협약을 들며, △주민이 주체가 된 상향식(bottom up) 교류 △보다 많은 주민들 간의 교류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지자체 간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태용 환경재단 그린사회공헌실 국장은 한일 시민들이 함께 아시아 환경문제와 평화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환경재단과 일본 NGO 피스보트가 2005년부터 시행한 ‘피스&그린보트’ 사업을 소개했다. 올해는 7월30일부터 8박9일간 1,100여명 규모로 진행될 계획이다. 그는 그간의 시행착오와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선상에서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교류’하자는 말은 ‘놀자’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게 됐고 일본 쪽에서 먼저 요청해 위안부 할머니도 초청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지한 자세도 좋지만 민간교류는 부담 없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임했을 때 더 긍정적 결과가 나온듯하다”고 덧붙였다.

(2016-03-2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