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600만명을 자랑하는 한국의 자영업자 단체 등이 제94주년 3·1절을 기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대상은 담배 등 기호식품에서 전자기기, 자동차까지 그 폭이 넓다.

독도 문제로 항의

과거에 불매 운동을 펼친 일부 시민단체와는 달리 이번에 참가한 단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 제품의 80%를 취급하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불매 운동은 시마네현이 조례로 정한 '타케시마의 날' 식전이 2월22일에 개최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발기됐다. 지도부는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독도 침략 행위 등에 대한 성의 있는 행동을 보일 때까지 지속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유형의 운동은 목적이 명확해도 뜻과 퍼포먼스가 앞서 검증 가능한 목표 없어 정치적인 메시지만 강하게 남기고 용두사미로 끝나기 마련이다. 이번 불매 운동도 적어도 네 가지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독도를 지킨다는 원래의 목적에 부합한 것인가.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로 일본과 영토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독도를 실효지배하는 한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장난 삼아 일본을 자극해 국제 분쟁화시키려는 상대의 술수에 넘어가는 우를 범할 필요가 없다.

둘째,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가.

센카쿠 제도의 영유권 문제를 계기로 일어난 중국 민중의 약탈, 파괴를 포함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확실히 일본 제품의 판매를 급감시켰으나 일보 측도 중국산 물품의 수입을 줄이고 대중 투자를 타국으로 옮겼다. 쌍방에 경제적인 타격과 감정적인 응어리만을 남겼을 뿐 섬을 둘러싼 양국의 태도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 국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서 있지 않는 한 이런 수법의 운동으로는 한 나라를 굴복시킬 수 없다.

셋째, 무역 확대로 발전하는 한국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지 않은가.

국가의 품격을 손상시켜

WTO가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무역 규모는 1조675억 달러에 달해 이탈리아(9,869억 달러)를 넘어 세계 8위에 올라섰다. 이는 자국의 시장 개방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기개와 행동의 결실이다. 시장 경제에 '애국=무죄' 정신의 대중 운동을 끌어들이면 한국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게 된다.

세 가지 이유와는 다른 시점에서도 지적할 점이 있다. 재일동포의 존재를 생각했느냐는 점이다.

일본에는 다양한 거주 자격으로 약60만 동포가 살고 있고 대부분이 식당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두 선전하는 우익과 인터넷 우익 등의 욕설은 상대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일반 시민도 한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불매'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고 조용히 발길을 돌릴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생업은 타격을 받게 된다.

민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는 불합리한 차별을 비롯해 일본 고위 공직자의 한국에 대한 모멸적인 발언, 언론의 정곡을 벗어난 반한(反韓) 캠페인 등이 있으면 이를 철저히 규탄하고 시정할 때까지 굳은 결의로 싸워 온 역사가 있다.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혜 발휘할 때

있어서는 안될 일은 있어서 안된다. 그 일념을 관철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소수의 약자로서 우리들의 투쟁은 늘 진지했다. 또,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때에는 상대를 움직일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우리는 목적이 반드시 수단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우리들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로도 양국 관계가 오랫동안 험난했던 시대를 살아 왔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의 선린우호의 중요함을 몸으로 익히고 가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상륙한 작년 8월 이후로 급속도로 식은 한일관계는 양국의 새 정부 발족과 함께 회복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은 지금 과거와 미래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고자 고도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부, 지자체, 민간을 불문하고 한일간에 서로 '이질감'을 줄이고 '동질감'을 키우는 대국적인 대응을 바라마지 않는다.

(2013-03-0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