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지난해 말 개봉된 한국 영화 '국제시장'이 역대 2위의 관객동원수(1,41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부산 국제시장을 주 무대로 격동의 시대를 가족을 위해 산 한 남자의 생애를 담고 있다. 60~70대 한국인이라면 자신의 삶과 겹쳐서 봤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국제시장에서 만납시다'라는 제목으로 5월에 개봉된다.

1950년에 발발한 6.25한국 전쟁에서 북한군을 물리치다 중국과의 국경 부근까지 북상한 한국·유엔군은 갑자기 참전한 중공군의 인해전술 앞에 후퇴를 하게 된다. 동해쪽 흥남 부두가 철수 기지가 되지만 그곳에 공산주의적 통치에 반발하는 피난민 10만명이 운집했다. 예상 밖의 대혼란에 빠지자 한국과 유엔군은 장비, 기자재의 이송을 최소화하고 피난민의 해로 수송을 결단하여 민·군 20만의 철수를 성공시킨다.

이것이 지금도 전해지는 기적의 흥남 철수 작전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업고 있던 동생을 잃고 그 여동생을 찾아 배에서 내린 아버지도 "장남인 니가 가장으로써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소식이 끊겼다. 주인공은 그것을 잊지 않고 자신의 꿈을 희생하며 일가를 지탱한다.

당시 한국에 차관을 제공해 준 유일한 국가였던 서독에 광부로 돈을 벌러 가서는 가혹한 노동을 견디고 베트남 전쟁에서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그리고 1980년대 전반 KBS의 역사적인 캠페인 기획 '이산 가족을 찾습니다'가 시작되자 아버지와 여동생과의 재회를 꿈꾼다.

이 영화의 감독은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산 아버지를 보며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흥행은 그런 생각이 한국 사회에 전해졌다는 증거다.

갈등에서 위로로

최근 여론 조사에서 '한국전쟁 이전에 태어난 세대가 우리나라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77%가 '크게', 19%가 '다소'라고 대답해 모든 세대가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히트 드라마 '미생'을 통해 비애가 그려진 지금 젊은이들이 '한국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가장 높은 기대를 표한 것이 60대 이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소득 격차 확대와 중산층 피폐, 청년 빈곤과 고령자 소외와 같은 현상과 함께 '국제시장'의 주인공과 같은 산업화 세대와 386(90년대에 30대로, 80년대에 학생 운동을 벌인 60년대 출생자)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대와의 가치 갈등이 사회 문제가 되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역사관의 상극이다.

세대간 거리가 조금씩이라도 좁아져 서로 배려하는 기풍이 확산되기 시작했다면 다행이다. 지구 한편에서 발생한 파동이 국제 사회를 순식간에 뒤흔드는 오느날 한 나라의 미래를 한 나라가 스스로 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국민 단결에 있고, 그 단결은 스스로의 역사를 연결 고리로 삼아야 가능하다.

386세대가 사회 전면에 뛰어들면서 왜곡된 역사관에 의해 건국·산업화 세대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진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국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이승만, 산업화를 견인한 박정희 두 대통령을 '역사의 가해자'로 규탄하는 세력이 아직 각계에 자리잡고 있는 것에 놀랄 따름이다. 이를 용납하는 토양을 치유시키는 것은 건국·산업화 세대에 대한 존경이다.

미래 힘의 원천

민단을 중심으로 재일동포는 의지할 곳 없는 백성으로 산 굴욕의 기억을 잊지 않고, 건국후에는 그야말로 조국이 발전해야 자신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본능과 같은 일념으로 헌신해 왔다. 그런 조국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한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약진으로 응답해 줬다.

한국에는 잠재적인 인적 자원 외에 제대로 된 기반 없이, 더욱이 분단 국가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고속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불균형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총체적으로는 '성공의 역사'라고 당당히 자부할 만하다.

과거는 고령자의 향수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래의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노력한 세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다수의 국민이 함께 함으로써 그 원천은 더 풍부해질 것이다.

(2015-03-1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