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향해 과감히 한걸음

지방본부·지부의 민단 간부들이 총련의 간부나 동포와 접하는 기회는 적지 않다. 유기업 등 동업자의 회합을 비롯하여 자치체, 지역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나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얼굴을 마주한다. 큰 공통문제가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회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포격사건의 충격

작년 11월 북한에 의한 연평도 무차별 포격은 6·25 한국전쟁의 휴전 후 처음 있는 한국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민간인에까지 희생자를 내고 주민의 생활기반을 파괴했다는 점에서도 일선을 넘어선 것이었다. 게다가 엄청난 포격은 생생한 영상으로 세계에 발신됐다. 총련이라 한들 모른체 끝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낮의 포격은 천안함(침격사건)의 경우와 달리 회피할 수가 없다". 지방의 민간 간부들은 포격사건 이후 총련 간부의 그런 이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들조차) 북한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등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포격사건은 총련의 당면 중요과제인 조선고교의 무상화 문제에 큰 타격이 됐다. 일본인 납치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의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했을 때 이후의 충격이었을 것이다.

총련 동포는 북송된 가족과 일가를 포함한 인민의 최저한의 인권과 생명조차 짓밟고 선군정치에 광분하여 핵·미사일 개발을 고집하면서 군사도발을 반복함으로써 일본에서 사는 자신들의 생활마저 위협하는 북한 독재에 불신감과 혐오감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개혁과 북한 비판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활동에서 멀어진다고 하는 소극적인 반발 수준으로 그쳐왔다. 이번에도 또 불신과 혐오를 쌓는 것만으로 끝나버리는 것일까.

개혁개방을 기피하고 선군노선에 매달리며 3대 세습을 계획하는 북한 독재가 스스로 붕괴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을 총련 간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로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수수방관하기만 하는 것인가.

'김일성 사당'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국가의 통치이념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나친 자본주의를 견제·시정하고 노동자의 지위향상과 복지의 충실화에 공헌했으며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민족해방운동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그러한 정통사회주의와 무관했던 북한 독재는 작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지금까지 간신히 걸치고 있던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얇은 옷마저 벗어버리고 대의도 이념도 없는 '김일성 일족의 사당'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독재란, 독재자에게 추종·봉사하며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들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총련은 최근 일본인 및 민단계를 포함한 재일동포를 친북·종북으로 만드는 '군집정치사업'을 비롯하여 막대한 자금과 첨단과학기술의 제공으로 독재를 지지해 왔다. 총련 중앙의 지도부 중추는 아직도 북한 독재와 강하게 연결되면서 존립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이나 자금 제공력을 잃은 총련의 처우는 분명 격하됐다. 자국민중의 목숨마처 개의치 않는 독재집단이 총련과 산하동포의 재산·생명을 존중할 리도 없다. 북한 독재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총련을 경시할 것이다.

NHK 기자 출신이자 영상 저널리스트, 연출가로서 활약하며 북한에 강한 공감을 나타내는 지식인으로서 알려진 오카모토 요시히코(岡本愛彦)씨는 만년(晩年), "이제 결착은 지어졌다. 정말로 인민을 위한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 지도자는 한국 지도자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며 친북적인 입장으로부터 결별을 선언했다.

민중측에 서서

아무리 동요가 확산되더라도 총련은 북한이 바뀌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 이 '정설'도 영원할 리가 없다. 지방의 간부는 동포의 고뇌와 나날이 접하고 있으며 민단 간부에게 궁상을 토로할 정도로 자유롭고 양식이 있다. '김일성 일족의 사당'이 백해무익한 존재라는 사실도 보이고 있다. 북한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전민족사회의 보다 좋은 미래를 전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죽어가는 나쁜 북한 독재를 단순히 방관하는 것은 그 시간만큼 보상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자연스레 총련 동포에게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또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로서 통일조국 건설의 일익을 담당해야 할 재일동포사회를 피폐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2011-01-2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