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는 한국을 책망하고, 전국을 애도라는 두글자로 가득 메우고 있다. 재일동포사회도 비통함에 잠겨 있다. 이번 참사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한국인 누구나가 타협하지 못하고 있다.

존엄한 목숨 헤아릴 수 없어

죽음의 기로에 있으면서 자신보다 친구를 생각한 고교생들.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하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자 바다로 뛰어든 고교생.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히고 6살 어린 여동생을 구한 오빠. 자신을 희생하여 학생을 구한 인솔교사들. "언니는 안입어!?"라고 묻는 고교생들에게 "우리는 마지막"이라고 답하면서 구명조끼를 입히고 대피 유도의 선두에 선 임시직 승무원. 자신은 틀림없이 구조될 수 있었을텐데 누군가를 구출하고자 선내로 돌아간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존엄한 목숨을 함부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통함을 마음 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비분강개, 책임 추궁, 자기비하의 말을 뱉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참사의 본질을 잘못 보는 저차원적인 정치 이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 미디어는 그동안 자국을 위기관리가 되어 있지 않는 '삼류국가'라고 한탄하며 가정·학교·직장을 불문하고 자기희생과 나눔보다도 경쟁과 승리를 우선시하며, 깨끗한 실패보다도 더러운 성공을 모델로 달려온 탓이라는 식으로 논해 왔다.

논평으로서는 일리도 이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 빈 소리로 들린다. 왜냐하면 미디어를 포함한 우리들 대부분이 한국적인 것을 걱정하고 우려하면서도 자기 우선적인 의식으로 흘러 같은 길을 달려온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일수록 자기분석을 좋아하고, 타국과 비교하고 싶어하는 국민은 없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정신성이 조화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강해진 1990년 동아일보가 연간을 통해 연재하여 '대한언론상'을 수상한 '한국인 진단'이 있다.

이 기획은 신랄하고 정곡을 찌른 것으로, 많은 독자들을 감탄시키고 납득시켰다. 분수를 모르는 자기현시, 사회 전반에 스며든 불신감, 공덕심을 외면한 경쟁, 계획성 없는 성급함, 병적이기까지 한 배타심·허례허식·낭비·이기심·출세지향주의 등 '한국병'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자신만은 예외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5000달러에 미치지 않는 시대의 일이다. 거의 4반세기가 지난 현재는 1인당 GNI(국민소득)가 2만6000달러를 넘고 있다. 수치로 본다면 훨씬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진단'이 그린 자화상이 수정됐다고는 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오히려 책임감과 윤리에 근거한 직무의식의 후퇴조차 보였다.

우리는 '한국병'을 한탄하고 그 위험성을 숙지하면서 왜 궤도 수정에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 그 근원의 하나로, 우리들 대부분이 자신만은 '한국병'을 앓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당시의 정부나 사회, 타인에 대한 공격이 갑자기 심해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병'을 근원부터 제거하고, 국가의 골격을 교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력한 압력을 낳았다. 그 하나로, 현장 담당자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직자에 대한 책임 추궁, 권력기구의 존재 방식까지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안하다'

국민의 충정을 보이고 가슴 깊이 느끼게 하는 것에, 많은 일반시민이 애도의 자리 등에서 희생자에게 건 '미안하다'는 말이 있다. 그 한마디 앞에는 사람 각자 서론이 있다 해도 한국적인 고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인재의 축적이 초래한 참사 앞에서 자신들이 그것을 허락한 사회의 일원임에 대한 자책감에서 한 말일 것이다.

세월호의 노후선체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개조를 행하고, 또 과적재를 일상화한 선사의 사주, 감독·지도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그것을 놓친 공직자, 승객보다 스스로를 도운 선장. 국민은 책임을 떠넘기고 서로 추궁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 모두가 또 하나의 사주, 공직자, 선장이 아닌지를 돌이켜보고 있다. 한국의 미디어에도 이러한 자성론이 눈에 띄게 됐다.

그러나 이대로 비탄에 빠져 있어서 좋을 리가 없다. 희생자의 분통함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는 재기해야 하며 그것은 세월호 참사를 진심으로 자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2014-05-0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