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연안부에 밀려온 해일이 거대한 괴물이 되어 따뜻한 주거, 많은 사람이 생계의 양식으로 하는 사무소, 정성을 들인 논밭, 공공시설, 도로와 교량, 전기·통신망 등의 생활기반을 집어삼키고, 산산히 부수고 가버렸다.

동일본 일대를 덮친 이번 거대 지진은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도 관측사상 최대의 진도 9.0을 기록했다. 해일로 인해 22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기록한 2004년 수마트라 지진(진도 9.1)에 필적하는 세계 최대급 규모다.

희생자 2만2000명을 낸 메이지산리쿠(明治三陸) 대해일(1896년)과 같은, 역사 속에만 담아두고 싶은 악몽이 새로운 현실로 나타나 소름이 끼친다. 지금까지의 생활을 되찾는데는 얼마만큼의 세월이 걸릴지, 무자비하게 피괴되어 버린 극심 피해지의 모습은 암담하기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해서는 안된다. 총력을 다해 부흥을 위해 서로 돕고 피재자를 조금이라도 격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방송이 나오는 광경에 꼼짝하지 못하고 자연의 맹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각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아사히=朝日, 3월12일 사설)고 호소했다. 안타깝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거대한 지진과 그로 인한 대해일이 덮친 것은 일본국민 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피재지인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이바라키의 4개현에 사는 동포들은 총 1만4000명 정도. 이 중 극심지구에 거주 또는 영업소를 가진 동포는 10%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에서 온 유학생과 단기여행자도 조금이지만 피재했다고 봐야 한다.

지역과의 연계가 없고 언어와 금전면에서 불편을 호소할 여행자, 그에 준하는 일본에 온지 얼마 안된 유학생, 피재동포 중에서도 고령자 등의 약자에게 한시라도 빨리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 그리고 극심지구를 비롯한 피재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내일을 위해 우리가 가진 힘을 최대한 제공하겠다.

동일본 대지진 피재자 지원 민단 중앙대책본부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와 단기체재자의 구제와 단원 등 동포의 안부확인을 우선시하지만, 부흥지원의 단계에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피재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방침을 제1회 회의에서 확인했다.

많은 동포들이 희생된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1995년), 분진이 흩날리는 가운데 피재자 구원에 일어선 민단을 중심으로 한 동포들은, 대규모 재해는 국적과 민족에 상관 없이 덮친다는 것, 따라서 부흥을 위해서는 국적·민족을 초월하여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이 두가지의 당연한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이것이 츄에츠(中越) 지진(2004년)의 빠른 구제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지진은 피재지역이 지극히 광범위하며 방사능을 확산시키는 원자력발선조 문제도 얽혀있어 전술한 2회의 진재와는 조건이 크게 다르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와 지역사회가 좋아져야만 우리들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변함은 없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재일동포가 많은 지역주민과 서로 도우며 살아온 역사를 되새기고, 보다 신속한 부흥을 위해 함께 시작할 생각이다.

(2011-03-1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