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월드컵·브라질 대회에 출전한 태극 전사의 첫 경기(러시아 1‐ 1무승부)가 열린 18일, 두 번째 경기(알제리 2‐ 4 패배)가 열린 23일 한국 각지에서는 이전에 비해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응원이 길거리와 직장에서 펼쳐졌다. 한국 대표의 공식 서포터인 붉은 악마의 이번 대회 슬로건은 "즐기자! 대한민국"이었다. "승부보다 축구의 즐거움을 맛 보며 한국 대표를 모두 응원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느꼈으면"이라고 말했다.

23일 두 번째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4시 킥 오프. 서울에서는 광화문 광장에 3만9,000여명, 강남구 COEX앞 영동대로에 2만2,000여명이 전날 밤부터 모였다.

거리 응원은 전국 20여군데에서 약 1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18일 첫 경기(오전7시 시작)은 5만8,000명이었다. 지난번 남아공의 첫 경기(2010년 그리스)가 100만명 규모였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모든 게임이 취침과 통근·통학 시간대였다는 점. 또 하나는 한국 사회가 세월호 침몰(4월 16일)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애도의 분위기가 계속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리 응원은 서울 광장이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침몰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변경되었다. 그러나 슬픔이 남아도 바쁜 사회라도 열정은 확실히 있다.

붉은 악마의 구호 "즐기자! 대한민국"은 사회 상황을 강하게 의식해 이번 대회를 국민 모두가 함께 즐겨 분위기를 살려 움츠리고 있던 몸을 풀고자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붉은 악마 관계자는 "고통 속에서도 '월드컵 응원, 힘내세요'라며 우리를 격려해 준 유가족들에게 다시 감사 드린다"라고 말하며 과도한 음식이나 노출 자제를 호소해 왔다고 한다.

응원장에서는 사실, 지난 대회까지는 동이 났던 T셔츠나 치킨이 대량으로 남았다. 대다수가 응원 물품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도 자제했기 때문이다. 북, 장구 등 악기와 마이크도 쓰이지 않았다. 피켓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붙이고 참가자의 가슴에도 노란 리본이 눈에 띄었다.

통근·통학 시간대와 겹친 첫 경기, 회장 인근 역을 지나는 지하철은 운행 개시를 30분 앞당겼으며 혼잡을 없애기 위한 특별 운행 표로 운행했다. 직장 단위의 응원도 성황을 보여 영화관을 빌린 기업, 대회의실을 개방하는 공익 단체 등도 있었다. 모두 아침 식사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러시아의 선주 관계자와 공동 응원을 하는 조선사도 있었다.

출근 시간을 2시간 늦춘 기업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서는 등교 시간을 늦춘 학교도 상당수에 이르렀다고 한다.

18일은 서울 지하철 차량 안에서 돌연 함성이 쏟아졌다. 한국의 이근호가 선제 골을 넣는 순간이었다. 각자 스마트 폰에서 실황을 지켜본 시민들이 무심코 일어난 것이다. 동점 골을 넣었을 때는 "아~" 하는 탄성으로 바뀌었다. 다만, 환성과 한탄에 시간 차이가 났다. 스마트 폰의 종류나 통신사마다 방송 수신 속도가 달랐던 것에 의한 기현상이라고 한다.

한국 대표팀 전적이 부진해 H조로 최강 벨기에전(한국 시간=27일 오전 5시 시작)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한국 대표에는 기개 있는 전력 플레이를, 한국 사회를 북돋우려는 붉은 악마에는 승패를 넘는 뜨거운 응원을 기대하고 있다.

(2014-06-25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