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자체, 대학이 함께 참여한 기술의 경연장
한국은 8개 기업이 '한국관'으로 참여...로봇산업에 대한 관심 키워야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그동안의 변화를 경험했잖아요. 앞으로 로봇이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생활로 들어올 것입니다. 10년후를 상상해보세요.”

‘국제로봇박람회’가 열리는 동경 국제전시장을 돌면서 박재세 전 재일본한국인연합회장이 말을 꺼냈다.

1987년 유학생으로 일본땅을 밟은 그는 지금 ‘테크노피아’라는 이름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자동차 휠’과 ‘콘텍트 렌즈’ 제조 유통으로 입지전을 썼다.

박회장은 로봇에 관심이 많아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들도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와 함께 빅사이트로 불리는 동경 국제전시장을 찾은 것은 로봇전시회 개막일인 11월29일이었다.

동경만을 가로지르는 경전철 유리카모메선을 타고 박람회장에 닿았을 때 박회장의 회사 직원이 먼저 와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직원의 안내로 박회장과 함께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는 마침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사에서 출품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연회가 열렸다.

무대에 사람 크기의 로봇이 서 있고, 그 옆에 조종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가 하는 몸짓 손짓을 따라 그대로 로봇이 동시에 시연해내는 이벤트였다.

예를 들어 불길 속으로 로봇 구조단을 보낼 때나, 의사가 원격 외과수술을 할 때 현장의 장면을 보면서 로봇으로 즉시의 대응이 가능한 기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동관과 서관으로 돼 있는 빅사이트 국제전시장은 국제 유명회사들이 대거 참여해 미래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었다.

항공기, 고속전철, 잠수함 등 중공업분야에서 세계 굴지의 회사로 꼽히는 가와사키중공업도 대형 전시관을 마련해 ‘기술 일본’을 과시했다.

미쓰비시, 야마하, 니콘, 다이이치, 다이와 등 귀에 익숙한 이름의 기업들이 줄지어 손님을 끌고 있었다. 올해 참여기업은 모두 612개사.

전시관은 산업로봇, 로봇시물레이션 및 비전시스템, 서비스로봇 등의 분야로 나뉘어 있었다.

특히 서비스로봇은 ‘개호’로 불리는 노인 및 취약자 서비스 등으로 로봇이 일상생활로 들어오는 분야다.

이 분야의 연구를 위해 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연구기관과 대학 등도 대거 참여해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전시회에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의 참여가 많다는 점이었다.

대학 연구소들은 동관의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전시회에는 우리나라도 ‘한국관’을 만들어 IR로봇, 라콤테크 등 8개 기업이 참여했다. 삼성과 현대 LG SK 등 대기업이 참여해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었을텐데,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전시장을 찾는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전철을 타고 유입되는 참관객들이 너무 많아 전시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들마다 줄이 길게 서 있어서 30분을 기다려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로봇은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이다. 로봇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학습하는 로봇이 된다면, 노인이나 아이들을 살피는 일이나, 필요한 심부름까지 가능해지게 된다. 그야말로 로봇시대가 열리게 된다.

전시장을 뒤로 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우연히 반려견 얘기를 박회장과 주고 받았다. 반려견이 죽으면 가족이 당한 것처럼 크게 상처를 입는다. 로봇이 반려견을 대신하는 때도 빠르게 오지 않을까 하는 게 화제가 된 것이다.

다음날 아사히신문에는 로봇전시회에 출품된 ‘하나짱’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로봇이 소개돼 있었다.

하나는 코라는 뜻. 냄새를 맡는 강아지 로봇으로 센서를 통해 강중약의 3단계로 냄새를 판별해주는 로봇이다.

후쿠오카에 있는 북큐슈공업고등전문학교를 기반으로 한 벤쳐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깜찍한 아이디어의 로봇이었다.

이같은 로봇산업에 한국도 관심을 크게 가져야하지 않을까? 일본 청장년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동경 빅사이트의 국제전시장을 빠져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2017-12-0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