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19-02-12] 조회수 : 5722
재일 동포 3세 유도 여왕 김지수, 그랜드슬램 동메달 쾌거
[ 프랑스에서 열린 2019 파리 그랜드슬램 대회 여자 57KG 급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김지수(오른쪽) ]
[ 3위 결정전 ]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 따는 게 꿈이에요."
한국 여자 유도의 특급 유망주 김지수(19·경북도청)가 새해 첫 국제 대회부터 거침없이 메쳤다. 김지수는 지난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아코르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2019 파리 그랜드슬램대회 여자 57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패한 김지수는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결정전에서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파엘라 실바(브라질)를 업어치기 절반과 안다리 걸기 절반으로 한판승을 거뒀다. 이 대회 2년 연속 동메달.
김지수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는데,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금메달을 놓쳐 아쉬웠지만, 동메달은 꼭 따겠다는 마음으로 시합했다. 입상해서 기분이 너무 좋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다음에는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상일 여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게 (김)지수만의 강점이다. 동메달결정전 상대가 실바로 정해지자 '이겨 보고 싶다'고 하더라. 게다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일 동포 3세 김지수는 한국 여자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도복을 입은 그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일본 유도 명문 슈쿠가와고 1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3학년 선배를 제치고 학교 대표로 출전할 만큼 실력이 월등했다. 전국 대회도 두 차례나 석권했다. 고1이었던 2016년에 48kg급으로 전국종합체육대회에서 우승한 뒤, 2018 전국고교유도선수권에서 현재 체급인 57kg급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
유도 종주국 일본은 워낙 선수층이 두꺼워 웬만한 실력으로는 전국 대회 본선에 나서기도 어렵다. 수천 개 학교가 치열한 경쟁을 거쳐 밟는 무대가 본선이기 때문이다. 김지수는 일본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고교 유도 여왕'이었다.
김지수의 강점은 굳히기 기술이다. 바닥에 눕거나 엎드려서 시도하는 굳히기는 어린 시절부터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일본 유도의 강점이다. 반면 던지는 기술 위주인 한국은 이 부분에서 취약한 편이다. 일본에서 유도를 배운 김지수는 굳히기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대회 3회전에서도 헬레네 레체베아욱스(프랑스)를 누르기 한판승으로 꺾어 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지수는 배상일 감독을 만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김지수는 주특기인 안다리 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린 뒤, 굳히기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안다리는 업어치기와 비교해 한판승을 거둘 확률이 적은 데다 굳히기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여자 선수 지도 경력만 15년째인 배 감독은 기술 유도에 의존하던 김지수에게 한국식 유도를 입혔다. 체력 훈련으로 힘을 키운 뒤, 한국 선수들이 자랑하는 변형 업어치기를 가르쳤다. 실바를 상대로 따낸 첫 번째 업어치기도 배 감독의 작품. 배 감독은 "처음에는 강도 높은 한국 대표팀 훈련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김지수의 꿈은 태극마크를 달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같은 체급 국내 최강자(세계랭킹 11위) 권유정(안산시청)은 넘어야 할 산이다. 배 감독은 "이대로 성장한다면 권유정과 같이 올림픽 출전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수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꼭 올림픽에 나가겠다. 도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9.02.12 【사진:IJF=국제유도연맹】